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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교역 재개 움직임에 환율 급등...전문가 "통제 경제체제 부담 요인될 것"


북한 청진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식료품을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중국과 일부 교역을 재개한 데 이어 러시아와도 교역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뛰고 고공행진 중이던 물가가 미미하지만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기조가 경제난 타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2년여 만에 재개되면서 북한 내 외화 환율이 급등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 미국 달러 환율은 지난달 14일 4천750원 하던 게 지난 11일 기준 6천 4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같은 기간 640원에서 810원으로 뛰었습니다.

이 때문에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구매력이 커지면서 이를 반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1 달러로 쌀 1kg 살 수 있었던 게 이젠 1.5kg을 살 수 있게 된 셈이라며 달러와 위안화를 저축해 놓은 주민들에게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무역 봉쇄와 북한 당국의 달러 사용 규제 조치 등으로 인해 원래 8천원 대를 유지했던 달러 가치가 4천원 대로 떨어진 상태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던 달러 가치가 다시 급등한 이유는 북한이 대외교역을 부분적으로 재개하면서 외환수요가 커진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대외교역 재개로 인한 심리적 효과도 미미하지만 생필품에 대한 가격 인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장마당에 수입 생필품 공급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수입 재개 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심리가 안정되고 일부 상인들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갖고 있던 물량을 푸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시장에 밀가루 설탕이 많이 나오냐,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는 않고,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소문 나면 가격변동이 일어나는. 그러니까 남포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신의주 세관 쪽으로 밀가루하고 설탕이 매일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소문이 났대요. 그러니까 가격 변동이 당연히 일어나거든요.”

조 소장은 그러나 신의주 단둥 간 북-중 화물열차의 하루 물동량이 600t 정도로 추산된다며 수입 규모와 시장에 풀리는 양으로 볼 때 지금 수준의 교역으론 그동안 천정부지로 올랐던 물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환율 급등이 북한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최근 수 년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교역이 위축된 가운데 수입에 비해 수출이 더 줄어들면서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했다며, 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도 극심한 민생고를 겪으면서 비상용으로 갖고 있던 외화를 소진했을 것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이들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는 얘기는 북한 경제에 부담이 되죠. 왜냐하면서 수출은 묶여 있는 상황에서 수입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거든요. 내보낼 것은 없는데 들여올 것은 많은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 내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과 똑 같은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당국과 주민들에게 모두 부담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겠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최근의 달러 환율 상승은 추세적이라기 보다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여전히 대외교역이 확대될지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북한 당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환율 급등 이후 달러 매입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선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향후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갖고 있는 달러를 쓰지 않고 오히려 달러를 사 모으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조충희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2000년 초 7.1조치하면서 달러 가격이 1천원 정도 하다가 갑자기 4천원까지 올라갔고요. 그 다음에 2009년에 화폐개혁하면서 달러 그 때 사용하면 총살까지 한다고 포고까지 나지 않았어요. 또 달러가 내려갔다가 갑자기 다시 또 확 올라서 8천원까지 올랐거든요. 그런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바보처럼 지금 달러를 내놨다가 엄청난 손해가 되잖아요”

임을출 교수는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을 천명한 북한 당국은 환율 통제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에 쓸 달러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이런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을 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교역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전략이 지금은 유효하다 이렇게 보는 거에요. 중요한 국정과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외화라는 총알은 매우 중요하고 가능하면 국가는 이 외화도 집중시키려고 하죠, 국가 재정에.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도 지금 저가에 시중에 풀려 있는 외화를 매입해서 국가 재정으로 환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일부 교역 재개로 경제난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국가주도 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기조로 인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민간 교역을 활성화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게 조 박사의 진단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체제의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과거에 비해서 충격이 덜했던 이유는 장마당이라는 탄력성이 존재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장마당은 밀무역이나 민간 부문 교역이 상당 부분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거든요. 그런데 국가가 장마당을 통제하고 무역을 통제해서 여러 가지 환율이나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의돈데 그런 상황이 되면 장마당이 현저하게 위축되고 그럼 결국 과거 90년대 고난의 행군과 똑같은 계획경제의 모순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요.”

조충희 소장도 대외교역 재개에 따른 환율 상승은 북한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광범위한 교역 재개가 동반돼야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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