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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중국에 ‘생존형 밀착’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북한이 베이징에 바짝 밀착하고 있습니다. 북-중 밀착이 계속될 경우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과 중국의 밀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 4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였습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8개국 대사들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할 것을 촉구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e call on all council members to speak with one voice in condemning these dangerous and unlawful acts… The cost of the council's ongoing silence is too high. ”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북한 미사일 문제를 풀려면 미국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보기 원한다면 성의와 유연성을 더 보여야 한다”며 “북한의 우려를 수용할 보다 매력적이고 실용적이며 유연한 접근법과 정책,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쥔 중국 대사] “If they do want to see some new breakthrough, they should show more sincerity and flexibility. They should come up with…”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대응에 나섰고 중국도 협조했습니다.

한 예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6월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과 중국은 안보리 결의 2356호를 채택해 북한에 추가적인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마저 깊어가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공동 대응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 질서가 미-중 갈등 구도로 재편되면서 북한과 중국은 밀착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습니다.

북-중 밀착은 중국의 대북 경제원조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북-중 철도화물 운송을 재개했습니다.

북한 화물열차는 신의주에서 출발해 압록강 철교를 통해 단둥에 도착해 준비된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싣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지 1년 반 만입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은 이후로도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중국이 북한에 무상으로 물자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간단하게 말하면 중국이 일단 외상을 주는 게 아닐까, 2월과 4월에 큰 정치적 행사가 있고,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북한이 무리수를 두지 않게 달래는 목적도 있는 것 아닌가.”

북한도 중국에 깍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축전에서 “북-중 관계는 불패의 전략적 관계로 다져졌다”며 “두 당, 두 나라 인민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체육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단결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1월에 무려 7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시작되면서 발사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중 양국이 막후에서 미사일 문제를 집중 논의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 would expect some heavy talking going on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over missile.”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재와 국경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경제난을 타개하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예속된 적이 없고, 필요에 따라 중국을 활용해 왔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략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공동전선을 펼 가능성이 있죠.”

중국 입장에서도 동북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이루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이 필요합니다.

한편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북-중 밀착에 미국은 전통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다지는 한편 군사적 대응태세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하와이에서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습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9일 서욱 한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풀려면 전통적인 대응에서 탈피해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한국 담당 국장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를 이행하려면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따라서 제재를 보완할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e have to look beyond sanction to other instrument…”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장은 북한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너무 낮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담한 행동에 나서야 하지만 그럴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Biden administration stuck in a position doesn't have political capital to do bold, because it looks like rewarding bad behavior…”

앞서 `뉴욕타임스' 신문도 1월 27일자 장문의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뒷전에 밀어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악화와 북-중 밀착이 북한 비핵화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려면 미-중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2003년부터 7년간 계속된 북 핵 6자회담에서 중국은 의장국을 맡아 미국과 협력했습니다.

또 미-중 양국은 과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마다 제재를 가하는 결의를 채택해 왔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지금처럼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북-중 밀착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과 북-중 밀착이 북한의 핵 보유 공식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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