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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중 화물열차 재개 후 환율 24% 오름세


북한 평양의 식료품점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돈을 꺼내는 고객.
북한 평양의 식료품점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돈을 꺼내는 고객.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중 화물열차가 2년 만에 재개되자 북한의 환율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환율이 1월 말을 기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1월 14일 1달러에 4천750원이었던 환율은 22일 5천9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일주일 새 환율이 24%나 오른 겁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올랐습니다. 1위안에 640원이었던 환율이 22일에는 750원으로 올랐습니다. 17% 가량 오른 겁니다.
쌀 가격도 소폭 올랐습니다. 12월에 kg에 4천700원이었던 쌀 가격은 1월 28일 5천원으로 올랐습니다.

다만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kg당 2천600원으로 큰 변동이 없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kg에 7천500원에서 1월 말 1만원으로 33%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물가가 오른 것은 북-중 화물열차 재개에 따른 일종의 기대 심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시아 프레스' 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1월17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에 철도 무역이 재개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중국과 무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조금이라도 중국 위안화, 달러화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돈주들이 대규모로 사모으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17일을 기해 북-중 철도화물 운송을 재개했습니다.

북한 화물열차는 신의주에서 출발해 압록강철교를 통해 단둥에 도착해 의약품과 밀가루, 설탕, 식용유같은 생필품과 건설자재를 싣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지 2년 만입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은 이후로도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화물열차 운행이 정치적 기념일을 앞두고 선물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올해가 김정일 생일 80주년, 그리고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북한은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기념일을 두 개나 갖고 있습니다. 그런 기념일에 주민들에게 뭔가 큰 선물을 해 오던 북한으로선 과거 다른 해 보다 훨씬 더 생필품 조달의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2-4월이 ‘민족 최대 경축기간’입니다.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시작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 (4월11일),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등으로 이어집니다.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4월 이후에는 돈주들과 무역일꾼들이 참여하는 무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시장이 돌아가야 착취를 하든지 하는 것이니까, 아마 4월 이후에도 특별한 일만 없으면 무역이 정상화되지 않겠나…”

북한의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조충희 소장은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되면서 장마당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열차가 몇번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고, 일단 재개됐고 앞으로 정상화된다는 것으로 사람들이 많이 들떠있고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체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북한 내부를 오래 관찰해온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환율이 갑자기 오르자 북한 당국이 환전상을 단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시장 환율이 갑자기 올라서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고 취재 협조자들이 말합니다. 그래서 당국이 인민반에 포치를 했습니다. 암거래 외화는 불법이다. 신고하라고 단속에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화물열차 재개에 따른 무역 활성화가 북한 당국에 긍정적 효과와 함께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장마당의 물자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2020년 1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북-중 무역이 끊기자 북한 전역의 400여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에서 밀가루와 식용유같은 생활필수품이 들어오지 않자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kg 당 6천원 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7천원으로 올랐고, 1만6천원이던 조미료는 7만5천원으로 4배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중 무역이 다시 재개될 경우 물자난과 물가 오름세는 진정될 수 있습니다.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벤자민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중 화물열차 운송이 “북한의 경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Two days before, something very important changed in North Korea's economic situation.”

반면 북-중 무역이 정상화될 경우 북한 당국이 추진해온 외화 사용 금지와 환율 통제는 계속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북한 당국은 2020년 10월 외화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면서 1달러에 8천원이었던 환율을 인위적으로 4천-5천원으로 통제했습니다.

그리고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습니다. 이어 액면가 5천원인 ‘돈표’를 발행해 시중의 달러화와 위안화를 흡수하려 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강압적인 통제로 환율은 그런대로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내내 북한의 원-달러화 환율은 1달러에 4천-5천원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북-중 무역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다시 환율이 들썩이는 겁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북한 당국이 환율 오름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2009년에도 외화 사용하면 사형한다고 포고문도 냈는데 그 후 외화 사용을 방치했거든요, 외화로 저축하고 사용하는 것이 주민들의 욕구인데, 정부의 통제로 가능할까.”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려면 수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출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해야 공장과 기업소가 돌아간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ey need to export to China…”

북-중 국경 봉쇄로 인해 북한의 무역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지난해 무역은 3억1천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무역액(27억8천만 달러)에 비해 90% 가까이 감소한 겁니다.

북-중 화물열차는 재개됐지만 국경 봉쇄는 여전합니다.

북한 수뇌부가 언제 국경 봉쇄를 해제하고 무역을 정상화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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