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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잇단 도발로 관련국들 행보 분주...변곡점 놓인 한반도 정세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들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자료사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철회 시사로 미-한-일 세 나라의 고위 당국자 간 연쇄회동이 이뤄지는 등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교착 상태를 유지해 온 한반도 정세가 변곡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 핵 수석대표인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추운 겨울로 돌아갈 것이냐, 온화한 계절로 돌아갈 수 있느냐 중요한 시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협의와 미-한-일 외교장관 회의 배석을 위해 9일 하와이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지금 상황의 유동성이 높고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여러 가지 협의를 미-한 간 해 왔고 일본도 같이 협의해 왔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다시 한번 관여의 노력을 하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북한은 올 들어 태평양의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포함해 모두 7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지난 4년여 간 중단해왔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해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향후 어느 수준까지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고, 미-중, 미-러 갈등의 격화, 한국의 3월 대통령 선거 등 한반도 정세의 직접, 간접적인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과 ICBM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실제로 그동안의 시험 유예 조치 즉 모라토리엄를 깰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법에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한동안의 교착 국면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변곡점에 놓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는 북한과의 외교를, 일본과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양쪽을 다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런 북한의 도발들로 인해서 아마 미국의 입장이 억지력과 제재 강화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도 상당히 변곡점에 이른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요."

하와이에서 10일과 12일 연이어 열리는 미-한-일 세 나라의 북 핵 수석대표 협의와 외교장관 회담은 이런 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겁니다.

특히 세 나라 외교장관은 그동안 다자회의 기간 중 별도 만남을 가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별도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는 것은 2020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 회동 이후 처음입니다.

세 나라는 회담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공조체제 강화를 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규탄 수위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내보낼지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를 삼가했던 북한의 대미 발언 수위도 조금씩 노골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연초부터 감행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대한 담력과 배짱이 불러온 승리”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특히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미사일 시험까지 진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 밖에 없다”며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을 의식한 행보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얻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지금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지금 과정은 ICBM 발사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요. 4월까지는 시간을 끌 것으로 봐요. 그 과정에서 북한이 계속적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메시지를 내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국제정세를 활용해 대미 공동전선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도 미국에 대항하는 전선에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의미도 있고 중국,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미국을 좀 더 난처하게 만들 수 있는 전선의 확장 이런 것들을 이런 외무성의 발언을 통해서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큰 구도에서는 정세를 활용하는 북한의 행보로 보여지고요."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밀착 행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북한이 장기간 안보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또 다시 북한을 두둔했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북한이 자강도에서 ICBM 기지를 운용한다는 미 싱크탱크 보고서가 나온 데 대한 논평 요청에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을 향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해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이틀 연속으로 북한과 외교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을 가졌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를 만났고 8일엔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성 부상을 만나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지금 국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밀착 행보는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이 좀 말썽을 부려줘야 자신들이 미국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죠. 더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인데 거기에 북한까지 미사일을 쏴 주고 그렇게 해야 미국의 전체적인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닙니까? 중국도 마찬가지죠. 중국이 미국과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에 협조하지 않을 때 즉 미국이 중국을 이렇게 때려서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봐라.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북한 외무성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서유럽과 대치 중인 가운데 러시아를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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