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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가 인도적 지원 막는다는 중국 주장 사실과 달라…북한 국경봉쇄로 중국서 발묶여


지난해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북한에 반입되지 못했다고 주장한 인도주의 품목들이 실제로는 북한의 국경봉쇄 장벽에 막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찌감치 제재 면제 대상으로 분류된 이들 품목들은 북한의 거부로 오히려 중국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인도주의 품목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재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인도주의 민생용품은 농기계와 의료장비, 수질개선용 파이프 등입니다.

[녹취: 장쥔 대사 (중국어)] “Resolution 2397 has brought about serious humanitarian consequences since its adoption. The import of humanitarian livelihood goods, such as agricultural machinery, medical equipment and water purification pipes have been severely restricted.”

하지만 VOA가 유엔 안보리의 인도주의 품목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장쥔 대사가 나열한 세가지 품목 모두 진작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허가를 받았지만 북한의 국경봉쇄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재가 인도주의 품목의 반입을 막고 있다는 중국 측 주장과 달리 이처럼 해당 지원품은 이미 제재 면제 허가를 받은 뒤 북한 반입을 앞두고 막혀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현재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면제를 허가한 국제기구와 민간 지원단체는 16곳으로, 이들에겐 9일 현재 23건의 제재 면제 승인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이들의 대북지원 희망 품목들이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건데, 23건의 승인에 포함된 품목만 약 3천 개에 달합니다.

특히 이들 각 품목에는 자동차와 대형 의료장비처럼 1개 물품이 포함된 경우도 있었지만, 화장실용 타일이나 의료용장갑 등 일부는 품목 1개에 포함된 실제 물품의 수가 1만 개가 넘었습니다.

따라서 3천 개의 품목을 실제 물품의 숫자로 환산하면 수십 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23건의 승인 중 물품의 총액이 공개된 건수는 약 절반에 해당하는 12건으로, 미화로 총 1천214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결국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물품까지 더하면 수천 만 달러에 이르는 물품 수만 개가 북한 반입을 허가 받고도 계속 대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중요한 건 물품의 종류입니다.

앞서 장쥔 대사가 언급했던 농기계와 의료장비, 수질개선용 파이프 모두 23건의 승인 내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아그로텍 SPA’는 여러 농업용 장비와 함께 중국산 농업용 트랙터를 크기 별로 약 116대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신청해, 이를 허가받았고, 미국의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에도 트랙터와 트레일러, 예비 타이어 등의 반입이 승인됐습니다.

그 밖에 다른 단체들의 승인 서류에서도 농업과 관련된 장비와 기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또 의료장비와 의약품 등은 세계보건기구와 한국 여의도순복음재단, 유진벨재단 등 여러 기구들의 승인 목록에 들어있었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에는 북한의 수질개선 프로젝트에 필요한 수백 만 달러어치의 수도 파이프 등 관련 장비들의 대북 반입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많은 경우 중국에서 물품을 이미 구매했으며, 북한으로 수송하기 위해 중국 단둥 등지에 물품을 보관 중이라는 내용의 부연설명을 각 신청서에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민생에 필요한 인도주의 지원물품들이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것은 물론 상당 부분 중국에서 북한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안보리 ‘승인’의 목적이 ‘제재 면제권’을 부여하는 것인 만큼, 이들 물품들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도주의 물품의 대북 반입이 이뤄지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북한이 여러 차례 강화해 온 국경봉쇄 조치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인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부와의 교류를 전격 차단한 이후 현재까지 이 조치를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이 허가한 대북 인도주의 물품도 이 조치의 영향을 받아 북한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장쥔 대사는 이를 대북제재의 탓으로 돌린 겁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이 같은 장쥔 대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7일 장쥔 대사가 참석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안보리는 지난 12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의 대북제재 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품을 보내는 데 있어 첫 번째 걸림돌은 국제사회 제재가 아닌 북한의 자체적인 국경 봉쇄라는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Specifically, on DPRK, this Council heard from OCHA in its December briefing to the 1718 Committee that the number one barrier to sending humanitarian assistance into the DPRK is the DPRK’s self-imposed border closures, not international sanctions, as our colleagues have alleged today.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addressing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DPRK, which is why we have continued to support the 1718 Committee’s swift processing of sanction exemptions for aid organizations, and it is why we are now working closely with the UN Secretariat to establish a reliable banking channel.”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원단체들에 대한 1718 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 처리를 계속 돕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 채널이 구축되도록 유엔 사무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잘리나 포터 수석부대변인은 8일 전화브리핑에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내 심각한 인도적 결과가 발생했다’는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의 전날 발언에 대한 VOA 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유엔에서 인도주의 제재 면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끌었고, (인도주의 단체들의) 신청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검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포터 부대변인] “The United States has led efforts to streamline the process for humanitarian sanctions exemptions at the UN and is also committed to reviewing such applications as quickly as possible.”

앞서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인도주의 품목에 대해 미리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주도로 2020년부턴 해당 신청서에 대한 검토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면제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보완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은 2017년 이후 대북제재 면제와 관련한 총 100건의 요청을 받았으며, 이중 85건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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