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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불참...전문가들 "미사일 도발 숨고르기 국면"


지난 2019년 8월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9년 8월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올들어 첫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잇단 미사일 도발 속에서 관심을 모았던 대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아 북한이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으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지만 과거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회의에 불참하면서 아무런 메시지도 발신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것을 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끌어 올린 상황이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후속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됐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지난 1월에만 7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집중하면서 미국에 새로운 국면 진입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2021년 말 전원회의 그리고 올 1월 정치국 회의에서 이미 대미전략에 대해서 경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7차례나 집중적인 무력시위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미국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요. 그러니까 김 위원장까지 나설 필요는 없고요, 향후에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그 때 김 위원장이 나설 가능성이 있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면 모라토리엄과 관련해 대미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발언이 들어갔어야 했을 것이라며, 아직은 협상 여지를 갖고 가야 할 필요성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최고인민회의가 예산과 인사 등 대내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대내 메시지 중심의 시정연설을 할 수도 있지만 내정 측면에서 내세울만한 업적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또한 불참의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의에 김 위원장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번째 생일인 오는 16일 광명성절 또는 김일성 주석의 110번째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큰 열병식에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북한이 지난 4일 개막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고려해 통상 3월에 실시하는 미-한 연합훈련에 즈음한 시기까지 단기적으로 도발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1월 말까지 열심히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막 치고 달렸던 평양이 올림픽 기간에 들어서면서 그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건 아마 올림픽 기간 중에는 자제해 달라는 중국 측과의 협력 차원의 배려인 것 같은데 어쨌든 생각해보면 이것은 3월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1월 말까지 해야 할 핵과 미사일 기술 과시를 다 끝내 놓겠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보였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지구관측 위성이라고 주장하며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에 실어 발사한 ‘광명성 4호’ 기념일을 맞아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정복 의지를 강조한 선전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북한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7일 광명성 4호 발사 6주년을 맞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들의 소감들을 전했습니다.

윤순영 부원은 “우주 정복을 위한 길은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것이며 그 길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주체조선의 신화는 끊임없이 창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준철 국장은 “인공지구위성의 설계로부터 제작과 조립, 발사에 이르는 모든 것을 100% 국산화 한 것이야말로 강국 건설에서 이룩된 기적 중의 기적이었다”며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도 7일 “북한에서 위성 개발은 이미 1980년대에 시작돼 우주 정복에서의 성과는 인민경제 발전을 추동하고 있고 과학과 교육, 보건 등 사회문화의 여러 분야에 널리 도입되고 있다”며 평화적 이용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국제사회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내세워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8차 당 대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군 정찰위성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북한의 다음 도발이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매체들의 선전 기사들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잠시 멈춘 듯한 모습을 보이며 향후 가능한 도발 카드를 은근히 내보이는 압박 메시지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북한이 김 위원장 집권 첫 해인 2012년 첫 위성발사를 시작하면서 이후 우주 개발 성과를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지난 10년간 시작점부터 시작해서 가장 성공한 분야가 바로 우주 분야 그 다음에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 이 부분인 거죠. 그래서 우주 발사와 관련된 것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죠. 10주년을 축하할 수 있는 하나의 그런 성과로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ICBM 발사로 곧바로 가기 보다는 그 직전 단계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1월 달에 북한이 쭉 해 온 미사일 도발의 패턴을 보면 점차적으로 올라갔죠. 화성-12형까지 쐈으니까. 그 다음 단계로는 정찰위성을 쏘겠다는 그런 의미로 장거리 로켓을 더군다나 4월 15일을 겨냥해서 쏠 그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단계적으로 긴장을 높여가고 미국을 압박하는 그러면서 ICBM 기술을 다시 시험해 보겠다고 하면 그게 이제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겠죠.”

북한이 6년 전 서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를 이용해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 4호를 발사했을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곧바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중국은 당시엔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도발에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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