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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엘리트들, 북한 미사일 발사에 격앙…“기만 술책에 속지 말아야”


1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올해 들어 북한 두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올해 들어 북한 두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의 기만 술책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특히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무책임하다며, 인민생활보다 지도자의 장래 통치성을 우선하는 기조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2년째 자체 봉쇄를 유지한 가운데 연초부터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하자 미국 등 외국에 사는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스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할 정도로 주민들의 삶은 위기에 빠져 있는데, 지도자가 무책임하게 외세 위협을 핑계로 정권 유지를 위한 무기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 겁니다.

미국 내 탈북민 1호 박사로 텍사스의 론스타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가르치는 조셉 한 교수입니다.

[녹취: 조셉 한 교수] “자기 정권을 위한 무기 개발인 거죠. 그것을 통해서 자기를 건들지 못하게! 내부에서는 그게 뭐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미사일 하나면 쌀을 몇 천t씩 살 수 있는 돈입니다. 그걸 거기(미사일)에 투입하며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사람들한테 세뇌하느라 강성대국이라고 하는데,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갖고 이렇게 하니까 답답하죠.”

탈북민들은 겉으로는 인민 생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이를 외면하는 행태는 김씨 정권이 3대째 지속한 “전형적인 기만 술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고위 탈북민은 11일 VOA에, “북한의 핵심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 통치의 장래성에 기초한 전략”이라며 “북한 정권의 이런 속성은 김일성 이후 지금까지 0.001%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역시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을 무시하면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압박과 동시에 핵무력 첨단화로 가는 과정”이란 겁니다.

북한 무역기관 소속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전 모 씨도 김정은이 새해 당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부강 발전과 인민의 복리’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책 없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인민생활 구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전 씨] “김일성이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인민들이 너무 배가 부르면 다른 생각을 품으니 바짝 조이라. ‘양정’이라고 하잖아요. 식량으로 정치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항상 먹지 못하고 허덕여야 충성하지. 그러니까 인민생활에 관심이 없는 겁니다. 말로 국제사회에 던지기 위해 전원회의요 인민생활 문제요 하지만 다 헛소리입니다. 북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보유국을 인정해달라는 거죠.”

탈북민들은 북한의 많은 중간 간부급 이상은 지난 김정은 체제 10년을 경험하면서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훨씬 더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절대적인 공포 독재 통치와 자유 유전자 말살로 이를 표출할 공간이 없을 뿐 간부들조차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북한 무역기관 소속으로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을 하다 한국에 망명한 뒤 현재 미국에 사는 허강일 씨입니다.

[녹취: 허강일 씨] “해외를 향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제재 봉쇄를 당하고 (코로나로) 자체 봉쇄하면서도 어렵지 않다! 아직도 재력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거고요. 국내에는 주민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좀 신경 쓰면 좀 나아질 거라고 하면서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쇼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해오는 정치쇼입니다. 그러나 상류층이나 중산층에서 그런 쇼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영국 내 인권 운동가로 이달 말 옥스포드 대학에서 강연 예정인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외신들도 김정은 정권의 기만 술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표현을 바꿔가며 마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풍기는 의도적인 전략에 해외 전문가들과 언론이 편승해 새로운 진단과 전망을 하는 것 자체가 북한 지도부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란 겁니다.

박 대표는 이어 북한 지도부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새해 당 전원회의 결과에서 사회주의를 60번 이상 강조했다며, 이런 북한식 사회주의가 국제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모순인지 북한 주민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북한) 밖의 북유럽 등 사회주의 등을 보면 그래도 사람이 먼저잖아요. 인권이 중요하고. 그들이 누려야 할 가치의 중요성을 느끼지만, 북한은 사람의 중요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국가잖아요. 모든 게 정치적으로 주체라는 정치로 하나가 되어야 하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다른 색깔의 옷을 입으면 완전히 사회로부터 배격되는 집단! 한마디로 들판에 자라는 꽃조차 다 뽑아서 자기들이 원하는 꽃으로 심어버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악한 정권이죠.”

한국 통일부는 홈페이지의 ‘북한정보포털’에서 북한 정권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워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체제 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스스로 외부의 변화 바람을 차단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취한 개혁·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그러나 12일 ‘우리식 사회주의’를 거듭 강조하는 보도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습니다.

박지현 대표는 이런 주장이 얼마나 모순인지 북한 주민들이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올해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더는 정권을 믿지 말고 ‘나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면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럼 정부에 끊임없이 질문해 보라고. 그러다 보면 북한 정권이 주민에게 얘기하는 사회주의, 앞으로 공산주의 정권으로 가면 평등해진다는 말 자체가 진짜 현실에 필요한 말인지 그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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