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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한 '무기 역량' 강화 모색...진전 여부 평가해야"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사일 프로그램 등 무기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워싱턴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는지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엿새 만에 또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가 ‘통상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심으면서 무기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1일 VOA에, ‘극소음속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호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데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듭된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이 자위력 차원에서 이런 발사를 정기적으로 한다는 사실에 국제사회가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상쇄”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발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idea being to ge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used to the fact that North Korea conducts these launches regularly as part of its "self-defense.”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중앙정보국(CIA)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 북한 문제를 다룬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의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 정권이 공언한 대로 무기 프로그램을 확대하려는 의도와 함께,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에 직면한 북한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강인함과 저항하는 태도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think there are multiple reasons, one of which is expanding their program, they said they will continue to do so. And the second part of that is they want to also show strength and defiance, both internally and externally…”

수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이번 발사가 1차적으로는 “불안정을 초래하는 활동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이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과 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지와 일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 김 전 분석관] “At the immediate level, the test is a brazen defiance – North Korea’s poo-pooing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call for Pyongyang to cease its destabilizing activities.”

그런가 하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워싱턴의 관심 끌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미사일 수위를 조절하며 “외교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국내 문제와 다른 외교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s trying to keep his options open on diplomacy, it's trying to get the US attention, which is very difficult to do given all the domestic and foreign things that the US has to focus on these days.”

고스 국장은 북한 정권은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도 밝혔듯이 경제 문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향후 위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군사역량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워싱턴과 서울에 “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성공’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데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이전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어 중단시켜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추가 제재나 관여 어느 쪽이든 결정할 수 있겠지만, 북한이 실제로 다른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국방부 등 미국 정부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주장과 관련해 여전히 “세부사항을 평가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를 주도하고 영국, 일본 등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미국 정부의 현 대북 접근을 ‘재고’하게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논의 등 바이든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현실론’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종종 무시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현 정부의 반응은 강력하고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But the reality is that there is little that can be done to stop North Korea from conducting these tests.”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회부했으며, 미사일 시험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종전선언 필요성을 거듭 제기한 한국의 미온적 반응은 국제사회의 대응을 희석시켰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비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미사일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북한에 중단을 요구했다며, “이것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게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보다는 “개선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s certainly not going to change North Korea's behavior. But at least it's an improvement over the Trump administration…”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반대하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수 김 전 분석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식’ 대북 접근에 “반사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다루는 것이 더욱 이익”이라고 말했습니다.

[수 김 전 분석관] “Rather than responding reflexively a la Trump, it may serve Washington better to pursue dealing with the North Koreans with a longer-term outlook…”

특히 “동맹·파트너와 국방 분야 협력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극초음속 미사일 공동 대응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무기에 대한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클링너 연구원은 “두 동맹이 공동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약속한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며 “모두를 위협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미한일 3국 프로그램”에 한국도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이 같은 미사일 발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t's not okay to just ignore but, you have to be also be cognizant of the fact that what can we really do other than stay calm and carry on…”

북한과 외교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위협과 긴장 고조, 충돌 감소에 집중하고 억지력 등 북한의 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조치를 보여주며, 필요할 경우 독자제재 이행 등을 모색하는 것 등이 “이상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입니다.

테리 국장은 “미국은 북한과 관련해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자신은 오랫동안 지지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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