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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대북제재 조치에도 반발 자제...당 전원회의 대외 메시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에 반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달 말로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어떤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와 대결이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시 정책철회를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구체화했고 10월에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 연설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주적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 놓되 유리한 협상 국면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북한의 이런 기대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인권문제를 고리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이달 초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서울에서 서욱 한국 국방장관과 미-한 안보협의회를 갖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했습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핵심절차인 완전운용능력, 즉 FOC 검증을 내년에 실시하기 위한 협의를 갖기로 함으로써 북한이 반발해 온 미-한 연합훈련이 규모 있게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대미·대남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았습니다.

과거 같으면 북한 당국 차원의 강한 반발은 물론이고 상응한 행동까지 나설 법한 사안들이지만 대외 선전매체를 통한 비난 수준에서 반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예고한, 연말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당 8기 4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미, 대남 메시지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일 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이달 말 전원회의 소집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반발을 삼가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면서 향후 응징적 대응을 준비하는 숨고르기 국면으로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김 위원장이 기존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미국과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동조하는 방식으로 한층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기본적인 전략 기조 자체가 바뀌거나 대화를 단절하면서 완전히강화되는 쪽으로 간다기 보다는 비난의 공세도 좀 세지고 기존 무기와 관련해 언급했던 것도 좀 더 구체적인 형식으로 실행 계획을 얘기한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기조 자체는 유지하되 발언의 강도는 좀 더 세게 하는 것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반발 자제는 선전선동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당 전원회의에서 나올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에 대한 외부 사회의 관심을 한껏 높이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종전선언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 보여 온 행동을 보면서 자신들이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2019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내걸었던 대미 정면돌파의 강도를 한층 높이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2018년 6월 이후 지켜 온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방침 철회를 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정확하게 얘기를 안 할 가능성이 있죠. 일종의 중대 결심, 북한이 새로운 길 그런 표현들을 쓰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해서 중의적 표현,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을 얘기하되 그게 모라토리엄 철폐까지도 갈 수 있다라는 그런 식의 의미를 담은 식으로 얘기를 할 가능성도 있고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가 겹치면서 경제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초강경으로 몰아갈 대외전략 수정은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변국으로의 도미노 현상을 우려, 북한의 핵 보유를 원치 않는 중국도 북한이 핵이나 ICBM 도발 같은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하는 데 호의적일 수 없고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할 경우 한국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 여지도 아예 사라지게 된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노선은 사실은 핵실험과 ICBM 발사거든요. 만일 이것을 깨버리면 바이든 행정부도 초강경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거든요. 대화국면이 아예 깨지게 됩니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없죠. 그 다음에 더 중요한 것은 내년에 한국 신정부가 출범하는데 신정부가 누가 되든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없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면 결국 한국 신정부와도 대화의 여지가 사라지거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조건부 협상이라는 북한의 대미 전략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전원회의가 대외 메시지 보다는 경제 문제와 사상투쟁 등 내부결속 메시지에 보다 큰 비중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이 내년 3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 지 여부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근본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고 서로 적대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또 기존 남북간 합의사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이행해라 그러면서 우선은 남쪽이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019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이듬해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2020년엔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가 별도로 나오지 않은 만큼, 올해도 12월에 전원회의가 열리면 내년 신년사 표출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외정책 방향성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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