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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재난 등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고립 선택…엄격한 통제로 권력 강화"


판문점 북측 지역 군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남쪽을 관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지 2년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경제 등 내부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재난 등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북한은 외부와 더욱 차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이 22개월째 엄격한 국경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어려울수록 더욱 고립을 선택하며 외부 세계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북한 당국의 습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You had many NGOs and UN agencies walking all over and describing what happened and it wasn’t what North Korea wanted. And North Korea reproduced the idea of this invasion of foreigners and how it would weaken their security.”

소바쥬 전 소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을 시작으로 북한 내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해지자 본격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이뤄졌다며, 당시 북한 당국은 흡족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각국의 구호단체들과 유엔 기구 직원들이 북한 내 곳곳을 방문해 파악한 내부 상황을 외부에 전달한 것이 북한 당국이 원하는 지원 방식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외부에 내부 실정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북한은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을) ‘외국인의 침략’과 ‘안보 약화’라는 아이디어로 재생산해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영향 받은 내부 상황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경 봉쇄를 당분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이례적으로 긴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는 전염병이 북한 지도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 ”Exposing North Korea’s economic and social vulnerabilities to international workers is likely to draw criticism to Kim’s abusive leadership. It may also elicit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calls for Kim Jong Un to address these humanitarian and more fundamental issues surrounding the regime.”

북한은 코로나 등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취약성을 노출하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며, 더 나아가 인도주의와 정권을 둘러싼 근본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끌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대신 권력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더욱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2년 가까이 외부와 철저히 단절한 데 따라 경제난이 악화해도 북한 당국은 여전히 코로나 방역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취약한 의료시스템과 특히 이번 전염병의 근원지가 국경을 맞댄 중국이고 아직 전염병이 종식되지 않은 만큼, 북한 당국의 선택지는 국경 봉쇄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fact that their health system is so weak, and they don't have the medicines and access to technology that other countries have that just makes them even more vulnerable“

보건시스템이 충분하지 않고 의약품과 의료기술이 부족한 북한에 전염병은 위협이며,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르더라도봉쇄 조치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식량난을 인정할 만큼 내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최근 중국 단둥에 코로나 긴급주의보가 다시 내려지면서 국경 재개 움직임이 수그러든 것도 코로나 전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민감함을 보여준다고 뱁슨 고문은 말했습니다.

한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 정권이 국경 봉쇄 조치를 대미 협상에 앞서 주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Because Kim wants to engage with the outside world and he wants to do it on his terms. He's trying to figure out how to actually engage the US without having to give them too much. So I think one of them is to keep the border shut, at least for now, because if he's going to have to put his legitimacy on the nuclear program, and not the Economy, then he can't engage the outside world, he's gonna have to keep much more strict control of the population. If he were to open up the borders without having engagement with US, it would make things extremely difficult for the regime to kind of hold and control society.”

미국 측에 많은 것을 양보하지 않고 협상을 원하는 ‘김정은식’ 관여 방안 가운데 하나는 당분간 국경 봉쇄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만약 경제가 아닌 핵 프로그램에 정권의 정당성을 두려 한다면 외부 세계와 관여할 수 없으며, 주민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관여하지 않고 국경을 다시 연다면 이후 북한사회에 대한 통제가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국경을 계속해 닫아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1년 내 서서히 다시 문을 열겠지만 미국과의 협상 진전에 따라 재개방 속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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