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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한 달째 공개행보 없어..."대미관계 교착 속 내부 현안 집중하는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외관계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 내부 현안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서 기념연설을 한 이후 12일 현재까지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기간으론 올 들어 가장 긴 기간인 셈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5월6일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한 달이 채 안 된 6월4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정치국회의 주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장기간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대내외적인 여건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한 달여 사이에 여러 차례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은 주적이 아니라고 했고 종전선언 논의도 조건부로 걸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외관계를 자극할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치국면,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를 하겠다는 조건부 대화론입니다. 그러니까 8차례 발사체를 발사했지만 모두 단거리이고 순항미사일 등 대북 제재를 촉발하지 않는 범위, 레드라인 범위 내였습니다. 무력시위는 하고 있지만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아있는 연말까지의 기간에도 김 위원장이 직접 군사 도발 현장에 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한국에 요구한 이중기준 적용 철회의 논리를 고수하기 위한 전술적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무력시위가 주권국가의 일상적인 국방력 강화 활동임을 내세우기 위해선 대외에 도발적 상징성의 의미가 큰 김 위원장의 현장 지도나 참관 행위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김정은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들이 미사일을 쏘는 것은 그냥 일상적인 것이다, 그렇게 크게 의미를 의도적으로 부여하지 않으려는 그리고 미사일 도발 후에 나타나는 담화나 내용을 보면 북한이 막 흥분해서 얘기도 안해요. 담담하게 적더라고요. 역시 이중잣대 논리를 계속 갖고 가려는 연장선상이지 않을까 라는 게 제 분석이고요.”

대내적으론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 해인 올해 연말에 접어들면서 경제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행보가 없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올해 전투는 50일 남았다”며 각 부문에서 생산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 위원장의 올 공개활동 총 70여회 가운데 경제 관련 행보는 다섯번에 그쳤다며, 지금은 당 대회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경제총력전 과정이기 때문에 사기 진작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수요가 커진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박사는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성과 부진으로 과시할만한 현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지금 삼중고 환경에서 김정은이 현장 지도를 갈 수 있는 경제 수요가 줄었다 그런 측면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지금처럼 대내 환경, 경제 여건이 안 좋을 때 현장 지도를 하면 오히려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판단하지 않느냐는 그런 생각도 있습니다.”

이처럼 공개행보에 제약이 되는 안팎의 상황 이외에도 김 위원장이 잠행을 하며 북한이 처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내부 경제 위기를 관리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로부터의 일상회복을 위한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없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할지, 그리고 임계치에 이른 민생고 완화를 위한 북-중 교역 재개 문제 등 당면 현안들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위원장이 교착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대미관계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모종의 돌파 방안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앞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 정부의 대미 전략적 구상을 철저히 집행하기 위한 전술적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린 핵 군축 협상으로의 프레임 전환을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국방발전 전람회 연설을 보면, 핵 협상 관점에서 보면 프레임을 핵 군축 협상을 공식화하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고 그런 것들을 조만간 공식적으로 끌어내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보이긴 보여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 나갈지도 전략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고.”

차덕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뜸해진 공개행보와 관련해 “과거에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등이 장기간 보도되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례만을 두고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동향 등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흐름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이 체중을 줄였을 뿐 건강엔 이상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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