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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식량난, 김정은 지도력에 타격 줄 수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식량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최우선적인 해결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전군, 전민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식량난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고,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연설에서 5년 안에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6월 노동당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는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9일 VOA에 식량 문제는 체제 안정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지금 코로나로 여러 가지 대외관계도 차단된 상태에서 자급자족 식량난까지 겹치면 체제 위기가 오니까, 추수기이고 그러다 보니까 김정은이 그와 같은 독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2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이 ‘살얼음’을 언급한 것은 식량 문제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정치적 위협이 되거나, 적어도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심각하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 “Kim Jong Un has alluded to walking ‘on thin ice’ meaning that the food problem could eventually present a political threat to him, or at the very least severely undermine his role as supreme leader. Second, he might be reaching the point where he will have to accept direct, personal responsibility if the food situation deteriorates. By taking N Korean soldiers and others he avoids doing that. But we might soon see him reaching a point where he might have to accept responsibility for it, something similar to his October 2020 speech.”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은 식량난이 더욱 악화되면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군인들에게 임무를 부여하면서 자신은 책임을 모면하려 하지만, 그의 2020년 10월 연설처럼 우리는 그가 곧 책임 지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의 자연재해 복구 노력을 언급할 때 “미안하다”며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도 김 위원장이 최근 공개 연설에서 의식주 해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민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he’s reacting to what he sees, what probably all of his officers are telling him is that people are unhappy and that they need attention. The economy needs attention.”

브라운 교수는 “아마도 북한 관리들은 모두 김정은에게 ‘주민들이 불행하며 관심을 필요로 한다, 경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할 것이고, 김정은이 이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경제난이 체제 불안정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약간의 부담으로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regime stability is fine. The elites in N Korea while they’re not getting everything they want, they’re still provided for enough that there probably isn’t any stability problems. When you talk about the wider population, there are pockets of hunger in the country. No doubt there is definitely a strain on the system given the Covid and isolation, the natural disaster and the sanctions. I think Kim is speaking about the economy and about the food shortage as a way of trying to put pressure on the outside world to engage N Korea.”

고스 국장은 “북한의 특권층은 여전히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고 있기에 체제 안정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국가 전반으로 볼 때는 일부 지역에서 굶주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고립, 자연재해, 제재를 감안하면 물론 체제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경제와 식량 부족을 언급하는 것은 외부 세계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남포 협동통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남포 협동통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농업생산 증대... 올해 선차적 경제 과업”

김 위원장이 식량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올해 시작된 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의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원래 계획은 올해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인데 제대로 생산을 해서 원래 북한이 의도했던 식량배급제도를 어느 정도 회복하겠다고 하는 게 김정은의 의도였는데. 그 의도가 제대로 달성이 안 되고 빗나갔다고 봐야죠 일단은. 내년도에 당장 식량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 고민이 깊어질 텐데, 이런 것들이 김정은으로서는 상당히 여러 가지로 머리가 아픈 일이죠.”

김 위원장은 1월 8차 당 대회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인민들의 식량 문제를 기본적으로 푸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3월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는 농업생산 증대를 선차적 경제과업으로 직접 제시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후 농업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농업 생산목표를 달성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권 원장은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국경 봉쇄의 여파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북-중 접경 폐쇄라고 하는 부분에서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식량이 예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나타난 것이고, 지금 시장이 제대로 잘 돌아가지 않고 돈벌이가 신통치 않으니까 주민들이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에 ‘시장 접근’ 측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발생했거든요.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지금까지 10년 동안의 식량수급 상황 하고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됐다는 것이 올해 식량 문제의 본질이거든요.”

권 원장은 지금 당장은 북한이 수확을 한 직후여서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지만, 국경 폐쇄가 이어지면서 내년 식량난이 더욱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정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전체 식량 작황은 일조 시간 증가로 지난해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식량 상황은 지난해 보다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경제난과 민생 악화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물품 부족을 겪고 있고 생계가 무너졌다며, 북한 주민들의 ‘식량에 대한 접근’에 가장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구호단체들도 2년 가까이 대북 지원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북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과 의료, 보건 등 전반적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고 VOA에 말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북한을 지원해 온 한 단체는 29일 VOA에 “북한 내 인도주의적 상황이 꽤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2020년과 2021년 수해를 크게 입은 지역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임산부, 수유모, 고아, 병자 등 취약계층들은 외부 세계의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그 지원이 2년이나 끊겼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과 의료물품, 차량부품 등도 북한 내 재고가 다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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