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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년 위성 로켓 발사 가능성"...대미 교착 장기화 따른 벼랑 끝 전술 회귀 주목


김정은(앞줄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쪽은 조용원 당 비서.
김정은(앞줄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쪽은 조용원 당 비서.

북한이 내년 상반기 중에 사실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해당하는 위성 로켓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대미 교착 상태의 장기화로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2021년 10월 북한 국방발전전람회 개최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이 예정돼 있고 한국도 내년 5월 위성로켓 ‘누리호’의 2차 발사가 예정된 만큼 북한도 위성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은 2월 16일이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은 4월 15일입니다.

대화 재개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누리호 2차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을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이라는 명분으로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핵무기 등 자신들의 신무기 개발을 군사도발이 아닌 주권국가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행위로 인정해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에 이중기준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위성로켓을 쏠 경우 “유엔과 미국 등이 북한을 비판하거나 대북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주장은 더욱 거세지고,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인공위성 발사 의지를 공개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군사 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했다”며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 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정보 수집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전략 도발을 통해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대화재개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대북제재 일부 해제 또는 미-한 연합훈련 영구 폐지 등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미국이나 한국이 그냥 받아들이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착상태가 장기화할수록 전략 도발의 시기를 저울질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는 그 시점과 관련해선 일단은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통제되는 게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또 하나 그 시기가 주목되는 것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3월 한국에서 대선이 있으니까 그 기간 중엔 약간의 관망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에 좀 정리된 상황에서 북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보면 종합적으로 볼 때 시기도 그 정도 상황이 될 것 같고요.”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나 한국의 대선이 있는 내년 2월과 3월에 임박해선 북한이 대형 도발에 나서기 어렵다며 국면 전환용 전략 도발이 이보다 앞선 올 연말에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10주년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군 총사령관 취임 10주년이 들어있는 다음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대미 교착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선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협상에서의 유리한 조건 선점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미국과 한국이 도발의 빌미를 준다면 조기에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할 지는 북한 나름대로 고민할 텐데 예전 같으면 핵 실험하니까 다시 미국이 양보하고 그랬단 말이죠.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연 그 패턴을 반복할 것인지 중국의 입장도 있고 또 새로운 제재가 가해지는 분위기라면 북한이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런 판단이 선다면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서 북한 체제의 자존심을 세우고 그 다음에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거죠.”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처럼 지난달 국방무기전람회에서 선보인 신형무기의 시험을 계속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향후에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서 신형무기들의 시험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세와 조건에 따라 이번 전람회에 전시했으나 아직 발사하지 않은 신형 전략무기들을 시험발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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