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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또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험발사...한국 “이중기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수용 못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이튿날 또 다시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사일, 즉 지대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이틀 만입니다.

시험발사는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은 “쌍타조종기술과 2중 임펄스 비행 발동기 즉, 펄스 모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 도입으로 미사일 조종체계의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 거리를 대폭 늘린 신형 반항공 미사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쌍타 조종기술’은 미사일 탄두부와 중간 부분에 각각 가변 날개를 달아 안정성과 기동성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또 2중 펄스 모터는 고체연료 추력을 상승시키는 부품으로 보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부스터를 통해서 속도를 좀 높여서 표적하는 비행체에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목표 지점에 도달해선 일단 부스터가 분리가 되면서 미사일로 돼서 날아가는데 기존 미사일과 달리 날개가 쌍렬로 위 아래로 있다 보니까 회피기동하는 전투기라도 추적해서 좀 더 요격 성능을 높였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이번에 시험발사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신형 지대공 미사일로 추정됩니다. 이동식 발사대차량(TEL)도 열병식 때 등장한 것과 동일합니다.

전문가들은 전투기와 폭격기 요격을 위한 S-400급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지대공 미사일 상당수가 옛 소련에서 들여온 노후화된 기종이기 때문에 한국 측의 잇단 첨단무기 도입을 의식해 방공망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S-400 미사일은 ‘러시아판 사드’라고 불리는 대공 방어시스템으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이 가능하고 특히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탐지와 요격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도입한 F-35 전투기와 미국의 B-2 폭격기 등을 겨냥한 무기체계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탄도미사일로 분류되지 않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진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포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추가 분석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1∼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4∼25일 잇따라 담화를 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사흘 뒤인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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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엔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언급하더니 하루 만에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겁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북한 최고 지도부가 잇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건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국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데 대해 “일방적 주장으로 미국과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이나 한국은 누누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엔 “이제는 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도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유예하고 있다며 “유인책으로서 제재를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나는 우리 군을 신뢰합니다.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나는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행동을 도발로 규정하지 말라는 북한 측의 요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북한 문제가 기회요인인 줄 알았는데 잘못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 같아요. 만약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강력한 억제와 함께 북한과의 유연한 대화를 강조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한국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 측에서도 파악을 하고 북한 문제를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봐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를 내세워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다양한 무기체계를 공개적으로 시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반응을 테스트하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통신연락선을 이달 초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중기준과 함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에 연락선 복원이 이뤄지더라도 남북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명확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적대시 정책과 이중적 태도를 버려라 그래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것은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권위 있는 최종 정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그렇다면 이중적 잣대는 한국 정부가 침묵하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겠지만 적대시 정책은 별개이지 않습니까.”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연락선 복원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일단 남북 간 대화에는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위원장까지 명시적으로 통신연락선 복원을 언급한 것은 대화를 하겠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이 얘기는 남북간 대화채널이 확보된 겁니다. 이 얘기는 실무협상까지는 하겠다는 얘기고요. 그러나 자신들이 원하는 최종적 목적지는 비핵화 행동과 대북 제재 해제이고 그것을 위해선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북한은 1일 현재 한국 측의 연락선 통화 시도에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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