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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 봉쇄 해제 조짐...임계치 달한 민생고로 교역 재개 불가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지난 2014년 완공됐으나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지난 2014년 완공됐으나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2년 가까이 지속해 온 중국과의 국경 봉쇄를 풀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은 백신 확보 없이 신종 코로나 비상 방역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임계치에 달한 민생고 때문에 교역 재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구간 열차 운행이 이달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북-중 간 철도를 통한 교역 재개 준비가 마무리 단계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부터 북-중 간 수출입 규모가 늘어나고 철도를 통한 물자교역 준비 동향을 보이다가 최근 이같은 움직임이 더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재개 시점을 예단할 순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차원에서 2년 가까이 봉쇄했던 국경을 풀고 조만간 북-중 간 육로 운송을 재개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철도운송 재개를 앞두고 북-중 교역업체들간 거래 관계 서류들이 오가고 있다는 단둥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단둥 소식통에 의하면 송장거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서류들이 오고 간다고 합니다. 철도 같은 경우는 이제 서로 연다고 바로 여는 게 아니고요. 주문이나 거래 관련 서류들이 사전에 오고 간다고 그럽니다. 보통 한달 정도를 잡는데요.”

교역 재개 조짐은 신종 코로나 방역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지역 주요 교역도시에 물품 반입을 위한 방역시설 구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데서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내 소식통들의 말을 빌어 올 상반기 중 의주비행장에 구축한 방역장을 비롯해서 혜산과 남포항. 룡천항 등 주요 교역항에도 방역시설이 만들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또 북한의 신의주와 혜산 등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중국측 사업가들이 국경봉쇄로 중단됐던 해당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차량에 쌀과 식용유 등 식품과 의류 소재 등 거래 물품을 싣고 국경을 넘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간 철로 만이 아니라 도로도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조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금 국경지역 조선족이나 중국인 상인들이 국경이 열린다는 소식에 많이 좋아하고 있고 빨리 들어가려고 차량에 짐을 다 실어놓고 대기 상태에 있다고 해요.”

북-중 관계 전문가인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이상숙 교수는 지난달 28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베이징에서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난 행보를 놓고 북-중 간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북-중 교역 재개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이 교수는 왕이 외교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양제츠 정치국원의 리 대사 회동이 파격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신종 코로나 비상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지금 상황에선 격을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양제츠는 중국에서 외교분야 책임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움직임도 북-중 교역 재개의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 있죠.”

이런 가운데 중국이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근처의 ‘단둥 항만’ 건설과 관련한 입찰 공고를 내 이 또한 북-중 교역 재개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단둥시 정부 조달입찰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일 자로 신압록강대교 단둥 항만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관리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가 게재됐습니다.

신압록강대교는 조중우의교로 불리는 기존 압록강 대교의 노후화로 새롭게 추가해 지은 다리인데, 2014년 왕복 4차선으로 완공됐지만 아직 개통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 공고가 신압록강 대교 개통을 가시화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충희 소장은 지난 4월 이후 북-중 교역 재개가 소문으로만 꾸준히 돌았다며 악화일로를 걸어 온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이젠 견디기 힘든 수준에 처했기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서 교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5달러, 10달러 하던 중국 신발이 지금 100달러까지 올랐다고 하니까, 상품이 없어서 10배 15배 뛰었거든요 가격이. 볼펜 같은 경우는 100배 가격이 뛰어올랐거든요, 100배. 그러니까 이제는 방역시설이 됐기 때문에 국경 봉쇄를 안 풀 구실이 없어졌거든요.”

하지만 재개가 임박했는 지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그동안엔 신종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국경봉쇄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가 오히려 봉쇄 해제를 더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백신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북한과의 국경 개방에 중국 정부가 조심스러워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베이징에 발생하고 있는 부분적인 코로나 환자들이 베이징 자체보다는 외부 변방지역에서 유입된 인구들이랍니다. 그러니까 중국으로선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가 오히려 소극적이고 북한과 단둥시 지방정부는 더 적극적인 이런 상황이랍니다.”

조 박사는 소식통의 말을 빌어 베이징 올림픽을 최우선시하는 중국 정부가 철도 재개를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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