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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차관 "북한, 당장이라도 군사공동위 나와 대화해야"


웬디 셔먼(오른쪽)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6월 워싱턴을 방문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웬디 셔먼(오른쪽)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6월 워싱턴을 방문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은 북한이 당장이라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 나와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도 한국 측의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 대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은 6일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안보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2018년 남북이 서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한 9.19 군사합의의 의미를 소개하며 “북한은 지금 당장이라도 군사공동위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차관은 “군사공동위가 운영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다음 합의가 금방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로 간에 물어보고 싶은 것과 대답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9.19 군사합의에는 남북 양측이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과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남북한은 이 군사공동위를 통해 신뢰 구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응하지 않아 한번도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측이 먼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활동에 대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 차관의 발언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화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유용한 틀로 군사공동위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제기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이중기준 이런 것들은 모두 군사공동위원회 의제로 올릴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러니까 최 차관의 말은 적대시 정책 철회, 이중기준은 대화나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니고 결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거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제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진정성이 있다면 두 가지를 해야 되는데 하나는 조건없이 대화에 임하는 것이고 거기에 9.19 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 참여하는 게 되겠죠. 두번째는 회담에 임하더라도 도발을 하지 말아야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군사공동위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제시한 선결조건들이 모두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을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사실은 그 두 가지 얘기가 결국 한-미가 합의해야, 미국이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중기준은 북한 핵을 인정하라는 것이고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한-미 동맹, 주한미군, 한-미 연합훈련 이것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남북 군사공동위가 열려도 북한이 주장할 순 있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그걸 북한이 모르는 바가 아니죠.”

최 차관은 또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따로 떼어서 정치적 선언의 형태를 갖추어 한반도 비핵화 평화 과정 입구에 놓으려 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최 차관은 이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체제에는 정상 차원의 대화와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에서 핵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고 김 위원장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대통령, 미합중국의 대통령 두 정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에 대응해 미국과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북한과 역내 전략환경 변화 재평가를 통해 억제, 대응 전략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한 8차 노동당 대회, 미·중 경쟁 심화 등을 반영해 합동군사전략을 보완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고, 비핵화 협상은 장기간 교착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면전환 목적의 군사적 도발과 대화 가능성이 병존한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로 국경 봉쇄와 경제난 심화 등 다양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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