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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뉴욕 '애견 미용의 달인'...가격표 없는 옷가게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뉴욕 '애견 미용의 달인'...가격표 없는 옷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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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뉴욕에 가면 '강아지들의 아빠'로 불리는 남성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 가면 강아지들의 아빠로 불리는 남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하는 ‘애견 미용’을 전문으로 브라이언 테일러 씨인데요. 테일러 씨의 애견숍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필수영업을 제외한 비즈니스는 제공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닥쳤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강아지들 미용도 해주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브라이언 테일러 씨가 ‘할렘 강아지 스파(Harlem Doggie Day Spa)’에서 애견 미용을 하고 있다.
브라이언 테일러 씨가 ‘할렘 강아지 스파(Harlem Doggie Day Spa)’에서 애견 미용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뉴욕 애견 미용의 달인”

[현장음: 뉴욕의 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용실에 자주 가기가 힘들어지면서 직접 집에서 머리 손질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는데요.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머리 손질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심지어 온몸이 털로 뒤덮여있는 반려견들을 관리하는 건 사람 머리카락 자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겠죠. 뉴욕 거리에서 만난 반려견 주인들은 팬데믹 기간, 반려견들 미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뉴욕 시민들]

인터넷으로 강아지 미용 관련 기계들을 사서 기본적인 털깎기만 해줬다는 견주도 있었고요. 멋은 포기한 채, 가위로 최대한 털을 짧게만 깎아줬다는 강아지 주인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애견 관리가 힘든 시기에, 뉴욕시 할렘의 견주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은 사람은 바로 애견 관리사인 브라이언 테일러 씨인데요. 테일러 씨가 운영하는 ‘할렘 강아지 스파(Harlem Doggie Day Spa)’는 반려견들의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물론, 강아지 ‘데이케어’ 즉 강아지 탁아소를 운영하며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테일러]

자신의 가게 뒷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다 기억하며 쓰다듬어주는 테일러 씨. 강아지들도 테일러 씨에게 꼬리를 흔들며 무한한 애정을 표현합니다.

[녹취: 브라이언 테일러]

테일러 씨는 자신의 별명이 ‘할렘 강아지들의 아빠’라고 했는데요. 지난 10년간 1만 마리가 넘는 반려견들의 미용을 책임지며 얻게 된 별명이라고 했습니다. 테일러 씨는 지역 내 모든 강아지를 돌봤다고 자신했는데요. 테일러 씨의 데이케어는 실제로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못지않았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테일러]

원래는 자신의 부엌이었던 공간이 강아지들을 위한 부엌으로 바뀌었고, 강아지들을 위해 천으로 만든 사물함도 한쪽에 빼곡히 있었습니다.

테일러 씨 가게는 지금은 강아지들로 북적이지만, 팬데믹 기간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고객들과 이웃 주민들의 기부와 기프트카드 선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테일러 씨는 이렇게 기부를 받은 것들을 애견 미용은 하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는 견주들을 위해 썼다고 하는데요. 또 승합차를 이용해 찾아가는 애견 미용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반려견 주인들을 찾아 도시 곳곳을 돌며 무료로 애견 미용을 해준 건데요. 온라인 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테일러 씨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온 이민자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건 허락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테일러]

자신의 가족이 믿는 이슬람교는 강아지를 집안에서 키우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15살에 동생과 함께 유기견 한 마리를 구조했지만, 어머니께 말도 못 하고 지하에서 3주를 몰래 키웠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강아지 냄새를 맡으신 어머니한테 강아지를 키우는 게 들켜버렸고, 자신의 강아지를 입양해줄 집을 찾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테일러 씨는 바로 그때, “언젠가 나는 꼭 반려견을 기를 거야”라고 다짐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동물에 대한 애정은 테일러 씨의 직업에도 영향을 줬는데요. 어머니는 테일러 씨가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일하길 바라셨지만, 테일러 씨는 애견 미용 학교에 간 이후 관련 자격증을 따고 직접 애견숍을 열었고 현재 성공적으로 애견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테일러]

테일러 씨는 그루밍이라고 하는 애견 미용 산업은 미 전역에서 호황이라고 했는데요. 미국 인구가 3억 명인데 애완용 개나 고양이가 1억 마리에 달할 만큼 많은 미국인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애완 미용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테일러 씨는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흑인들이 관련 업계에 더 많이 뛰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장 내 모든 것이 무료인 ‘여성들을 위한 환원(Women Giving Back)’ 가게 내부 모습.


“두 번째 이야기, 가격표가 없는 옷 가게”

미 동부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가면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 안을 들어가 보면 일반 의류 매장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요. 옷걸이에 수많은 종류의 옷들이 걸려있고요. 신발과 장신구, 화장품 그리고 한쪽엔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기저귀 등도 진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좀 다른 점은 이 너른 매장에 판매원도 없고 심지어 계산대도 없다는 점인데요. 이 가게는 모든 것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가게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을 위한 환원(Women Giving Back)’이라는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15년 전부터 이 가게를 통해 여성과 어린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녹취: 니콜 모리스]

이 단체의 니콜 모리스 상임이사는 가게에 전시된 제품들은 기부받은 것들로 이를 통해 가정폭력피해 여성들이나 감옥에서 출소한 여성들, 인신매매 피해 여성을 돕는다고 했는데요. 또 미국에 갓 정착한 이민자나 보호자 없이 홀로 보호 시설에 있는 미성년자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환원의 창업자인 테리 스타지 씨는 이렇게 옷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당시 스타지 씨가 일하던 홍보 회사가 한 자선단체와 함께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짓는 일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이후 자선단체는 스타지 씨에게 이사가 돼서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사회는 전원이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테리 스타지]

자선단체에 들어간 스타지 씨는 좀 더 많은 여성이 관련 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나섰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스타지 씨는 직접 수많은 보호 시설이나 기관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요. 특히 “여성들을 돕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하나같이 “옷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스타지 씨는 관련 업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이 일에 동참할 사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여성들을 위한 환원’ 프로그램은 처음엔 집의 차고에서 하는 일명 ‘거라지 세일’ 형태였다고 합니다. 매달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을 했는데 점점 더 수요가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졌고요. 결국, 대형 쇼핑몰의 한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테리 스타지]

스타지 씨는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지만 실제 옷 가게처럼 근사하게 꾸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여성들이 가게에 들어갔을 때, 뭔가 얻어가는 것보다는 진짜 쇼핑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물론, 가게에 있는 모든 것이 다 공짜로 돈을 낼 필요는 없고요. 자원봉사자들이 가게 안에 배치돼 물건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게는 또 일반 가게처럼 특별 시즌이나 명절에 맞춘 제품들도 선보이고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입는 근사한 드레스나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도 철에 맞게 내놓고 있는데요.

[녹취: 니콜 모리스]

모리스 이사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가방을 보여주면서 가방 안에는 개학에 필요한 학용품들까지 자원봉사자들이 다 넣어뒀다고 했습니다.

가게의 실제 직원은 단 3명으로 4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가게 운영을 돕고 있는데요. 손님을 1인당 50가지의 제품을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제니퍼]

가게 손님인 제니퍼 씨는 이 가게를 통해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며,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고 했는데요. 이곳에 와서 자신의 짐을 덜고 간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환원’은 현재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는데요. 지금 매장이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체 측은 기부 물품도 꾸준히 많이 들어오고, 가게를 찾는 여성과 어린들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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