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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독일 총선 결과와 향후 전망


올라프 숄츠(가운데) 총리 후보 등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회동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가운데) 총리 후보 등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회동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9월 26일 실시된 독일 총선은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의 신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총선은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어왔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고, 독일의 새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로써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독일의 정치 구조와 총선 과정, 메르켈 총리 시대 이후 유럽 ·미국과의 관계 등을 조명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독일의 정치 구조”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로서 국가원수는 대통령이, 사실상의 실권을 갖는 행정 수반은 총리가 맡습니다.

독일은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고요. 16개 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독일은 과거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중앙 정부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각 주 정부의 독립성과 권한을 옹호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현재 연방 정부는 외교와 국방, 국가 기간사업 등의 분야를 주로 관장하고, 교육과 보건, 사회 복지 등의 분야는 전통적으로 주 정부 소관입니다.

독일의 의회는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상원의원은 선출직이 아니라 각 주 정부의 대표들로 구성되고요. 상원의원 수는 각 주의 인구수에 비례해 배분합니다. 반면 하원의원은 4년마다 한 번씩 총선을 통해 직접 선거로 뽑습니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

독일의 정당은 하원에 진출한 원내 정당들에, 각종 군소 정당까지 합치면 50여 개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정당은 1945년 탄생한 ‘기독민주당(기민당· CDU)’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독교 민주주의를 기치로 삼고, 자유·보수주의와 친 유럽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 출신이고요. 기민당 출신 역대 총리들로는 콘라트 아데나워,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헬무트 콜 전 총리 등이 있습니다.

기민당은 전통적으로 정당 이념과 색깔이 비슷한 ‘기독사회당(기사당 ·CSU)’과 연합해왔는데요. 기사당은 전국적인 정당인 기민당과는 달리, 바이에른주에서만 활동하는 주 기반 정당으로서 오늘날 기민당의 자매정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회민주당(사민당· SDP)은 중도 좌파 성향의 정당으로 독일의 정당들 가운데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63년에 창당됐는데요. 독일의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 사상에 영향을 받아 창당된 정당입니다. 하지만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후 서독에서는 사민당이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범 중도 좌파 정당으로 거듭납니다. 현재 사민당은 반공주의를 표방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민주주의를 기치로 삼고 있습니다. 사민당 출신 역대 총리로는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주요 정당들로는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있습니다. 자유민주당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으로서, 역사적으로 기민·기사 연합은 물론 사민당과도 자유롭게 연정을 꾸려왔습니다. 녹색당은 환경과 인권을 앞세우며 최근 몇 년 새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정당이고요.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016년 유럽 지역에 반이민, 반 유럽연합 정서가 크게 불면서 부상한 극우 정당입니다.

“2021 총선”

2021년 9월 26일 제20대 독일 연방 의회 선거가 독일 16개 주에서 일제히 실시됐습니다.

이번 총선은 독일을 넘어 유럽의 지도자로 불리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18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메르켈 이후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로, 독일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실제로 총선 투표율도 76%를 넘기면서 이번 총선에 대한 독일 국민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총선에 걸린 하원 의석수는 총 735석이었는데요. 투표 결과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를 내세운 사민당이 약 26%의 득표율로 1위당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사민당이 확보한 의석은 206석입니다. 반면 아르민 라셰프 후보를 내세운 기민·기사연합은 약 24%의 득표로 196석을 차지하며 2위당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어 녹색당이 약 15%로 118석, 자유민주당이 11.5%로 92석, 독일을 위한 대안이 약 10%로 83석을 얻었습니다.

“연정 구성 과제”

총선은 끝났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이어 독일의 미래를 이끌어갈지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많은 나라가 1위를 차지한 정당에 우선 연정구성권을 주는 것과는 달리 독일은 어느 정당이나 연정 구성에 나설 수 있는데요. 더구나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이 초박빙의 경쟁으로 20%대 득표를 보였기 때문에 두 당 모두 적어도 다른 2개 정당과 연합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 모두 어느 정당이든 협상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녹색당과 자민당 등의 몸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민당(빨강)이 자민당(노랑)과 녹색당(초록)과 손잡을 경우, 각 당의 상징색에 따라 이른바 ‘신호등 정부’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민·기사연합(검정)이 두 당과 손을 잡으면, 자메이카 국기 색을 빗대 ‘자메이카 연정’이 이뤄지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사민당 주도의 신호등 연정과 올라프 숄츠 후보의 차기 총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인데요. 하지만 독일은 연정 구성 마감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길게는 몇 달까지 연정 협상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숄츠 후보는 12월 성탄절 전까지는 연정을 출범시키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때까지는 메르켈 총리가 국정을 수행하게 됩니다.

“메르켈 시대 이후의 독일”

차기 정부는 사민당 주도의 신호등 연정이 되든, 기민·기사연합의 자메이카 정부가 되든 간에 유럽연합(EU)에서 독일의 영향력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프랑스와 함께 쌍두마차로서 유럽을 이끌고 있는데요. 하지만 적어도 3개의 정당으로 구성된 거대 연정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책 수렴부터 반영까지 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차기 독일 총리 역시 영국의 EU 탈퇴와 유로존 재정위기, 난민 위기, 미국과의 갈등 등 숱한 난제를 헤쳐온 메르켈 총리 같은 탁월한 지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됩니다. 중도 좌파 정당인 사민당이 주도하는 연정이 출범할 경우, 좌파 성향이 강해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대서양 안보 동맹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사민당 정부의 출범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는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 정부는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앞세워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는데요. 노동자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사민당이나 환경을 이유로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비판한 녹색당의 연정이 출범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더욱 강력한 외교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가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가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최근 독일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입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올해 63세입니다. 독일 북서부의 작은 오스나부뤼크주에서 태어나 함부르크에서 성장했습니다. 이것이 기반이 돼, 2011년에는 함부르크시의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숄츠 후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1975년 사민당의 청년 조직에 가입해 정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985년 변호사가 돼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처음 연방 의회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고요. 이후 2011년까지 4선의 관록을 갖게 됩니다.

그는 2011년 하원 의원직을 사임하고 함부르크 지역 시장 선거에 출마해 약 48%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2015년 시장 선거에서 다시 도전해 46% 가까운 득표율로 연임에도 성공했습니다.

2017년 총선에서 사민당은 약 20% 득표율에 그쳤는데요. 하지만 오랜 협상 끝에 이듬해 3월, 사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이른바 대연정이 출범하는데요. 숄츠 후보는 메르켈 총리 내각에서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숄츠 후보는 기계, 로봇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무뚝뚝하고 재미없다는 말을 듣는데요. 하지만 또 반면,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그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한 세계 최저 법인세 도입에 앞장서면서 국제적인 시선을 받았고요. 국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여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는데요.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숄츠 후보가 과연 연정 구성에 성공해 16년 만에 독일에 사민당이 주도하는 정부가 탄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독일의 총선 과정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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