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미-중 패권 갈등 속 밀착하는 북-중


지난 2019년 6월 북한 평양역 광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 부부와 만난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 바짝 밀착하고 있습니다. 북-중 밀착이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 외교, 군사, 경제, 타이완, 인권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한편 각자 우방국을 끌어들여 진영을 규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가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들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정면충돌한 지 사흘 뒤인 지난 22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구두친서를 주고 받았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시 주석에게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나라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적대세력’이란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새로운 형세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양국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새로운 형세 하에서 양국 관계를 공고하게 발전시키고 양국의 사회주의 위업이 새 성과를 거두도록 추동하며 양국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

여기서 ‘새로운 형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구두친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공세에 맞서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라고,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now see benefit for strengthen their relations…”

북-중 밀착은 중국의 대북 경제원조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측통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끊겼던 북한과 중국의 육로 화물운송이 이르면 이 달 중 재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아사히 신문'은 복수의 북-중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에 식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월 중순 중국이 북한에 보낼 식량 등 원조물자를 중심으로 열차 왕래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 접경지대인 “랴오닝성 단둥시에 중국이 북한에 보낼 쌀과 옥수수, 콩기름, 밀가루와 농업용 비닐 같은 원조물자가 쌓여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중 국경 봉쇄가 이 달 중 부분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북한은 지금 부분적으로 국경을 열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화물열차 운행이 4월 중 재개되고, 필수 품목에 한정해 재개되고, 시 주석이 협력을 약속한 것같습니다. 선박도 중국에서 운항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고…”

앞서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도 지난 3월 9일 북-중 국경에 대형 소독장 건설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소독장이 완성될 경우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1차 검역과 방역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무역은 북한이 지난해 1월 말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래 1년 넘게 중단된 상태입니다. 국경 봉쇄로 인해 북한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물자난과 물가 오름세, 그리고 소비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북한과 중국은 이미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월 29일 유럽연합(EU)이 신장 위구르자치지역 문제 등 중국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서방나라들이 홍콩, 신장 문제에 대해 떠들어대며 공공연한 내정간섭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고 중국을 두둔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완화를 촉구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3월 23일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조속히 대북 결의의 ‘가역 조항’을 적용해 민생과 관련된 제재 조치를 조정할 것을 여러 차례 호소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 16개국은 유엔의 제재에 반대하는 그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리 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 등 어떠한 조치도 없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성명 채택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nformally said No, let’s ignore, our government don’t want make big issue…”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악화와 중국과 북한의 밀착은 북한 비핵화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패트리샤 김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며,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패트리샤 김 연구원] “I don’t think China feels the same urgency that the U.S. and its allies feel about denuclearizing N Korea. If you look at Xi Jinping and Kim Jongun’s exchange earlier this month, there’s no reference to denuclearization.”

실제로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려면 미-중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2003년부터 7년간 계속된 북 핵 6자회담에서 중국은 의장국을 맡아 미국과 협력했습니다.

또 미-중 양국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때마다 유엔 안보리에서 협력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이 중국을 적대적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는 진전되기 힘들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 US just opposite, we played just zero sum game…”

미-중 갈등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려면 남북간 원활한 소통과 중국의 측면 지원, 그리고 미-북 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북한은 중국을 업고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북한은 비핵화 협상 대신 핵 군축 협상 또는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한국을 대놓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0일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대화해야 하고 북한하고도 대화가 필요한데, 지금 전선이 한-미-일 대 북-중-러 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질서는 외관상 냉전시절 구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쪽에는 중국-북한-러시아가 참여하는 북방 삼각관계가, 그리고 남쪽에는 미국-한국-일본의 남방 삼각관계가 다시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옛 소련 대신 러시아가 들어서고 중국이 북방 관계를 주도하고 있는 점입니다.

한반도가 미-중 패권 갈등의 희생양이 될지, 패권 갈등에서 벗어나 평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