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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특수기관' 질타한 김정은..."자력갱생 한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계획을 비판하며 힘있는 특수기관들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자력갱생 경제노선의 문제점과 한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두 달을 경제계획을 책임진 당-정-군 간부들을 다그치며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1월 초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논의한 데 이어, 2월 8일부터 나흘간 당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계획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북한의 힘 있는 특수기관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를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엄중시하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북한 내부정세를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특수기관들의 행태를 비판, 경고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This is first time we seen in kind of party gathering…”

북한의 특수기관은 주로 `궁정경제'와 군수경제를 말합니다.

궁정경제는 노동당 39호실이 관장하는 외화벌이 사업으로 ‘조선대성총국’을 비롯한 120여 개 핵심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밖에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도 각각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제2경제’로 불리는 군수경제도 특수기관입니다. 제 2경제는 노동당 산하 조직으로 400-500여 개 공장과 50여만 명의 인력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9호실과 제2경제를 제외한 나머지가 내각이 관장하는 인민경제입니다. 내각은 농업과 광업, 경공업, 전력과 중화학, 지방경제 등 그야말로 힘없는 부문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노동당 39호실과 제2경제가 전력, 자금, 인력을 비롯한 자원 배분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민경제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이권은 무역이 있고, 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이를 나눠 갖는 게 이권이죠, 어느 기관에서 이를 판매했을 때 독점적 이윤을 갖는 거죠.”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특수기관들을 손 보겠다고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39호실이나 군수경제가 모두 김 위원장을 떠받드는 세력이어서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방향은 맞는데, 딜레마는 김정은 정권을 떠받드는 2개의 축이 하나는 당이고, 하나는 군이거든요, 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권을 주는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농업, 전력, 건설 등 각 부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판했습니다.

농업에서는 알곡 생산 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이 잡아 계획 단계부터 허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대로 전력과 건설, 경공업 분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목표를 낮춰 잡았다고 질책했습니다. 다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이것은 경제 부문 일꾼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입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경제계획을 점검하고 관료들을 다그치는 것은 자력갱생 노선에 따라 경제의 효율을 올려 보려는 의도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elf-reliance right now, country have to rely on its own resource, very efficient and effective…”

그러나 현재 추진하는 자력갱생 노선은 어쩔 수 없는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우선 북한은 이번에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선행부문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북한에 풍부한 철광석과 석탄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제철산업과 중화학공업은 워낙 노후화돼 원료, 자재, 전력, 인력을 많이 소비하면서도 생산성은 높지 않은 분야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대북 제재로 기계류와 부품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는 수 천 개의 사회기반시설과 공장과 기업소가 있는데, 모두 정기적으로 설비와 부품을 교체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2018년부터 기계류와 부품 수입이 끊겼습니다.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가 그런 예입니다.

이 기업소는 원래 비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했었는데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 같은 부품을 수입할 수 없어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 비료공장뿐 아니라 다른 공장들도 가동이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is trouble on importing parts of the last year is probably affecting not just this plant but all kinds of plants. It's kind of misleading to think that they're self-reliant..”

또다른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즉흥적인 결정으로 계획경제의 틀과 우선순위를 뒤흔든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김 위원장은 2020년 3월 갑자기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시했습니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7월에 평양 대동강구역의 건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가 건설 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설비 자재 보장사업이 심히 탈선”했다고 질책했습니다.

이렇게 최고 지도자가 예산과 자재 보장 대책도 없이 즉흥적으로 지시를 내리면 실무자로서는 다른 곳에서 자재를 끌어오거나 주민들에게 돈을 걷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경제를 살리고 싶으면 종전의 계획경제, 명령경제에서 탈피해 시장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Whenever you tried top down never work…”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혹독한 점검과 비판을 하는 이유는 경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3년간 수출과 외환보유고, 그리고 장마당을 활용해 제재에 그런대로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들 세 가지 버팀목 모두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북한 경제는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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