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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교착 와중에 `새로운 길' 위협하는 북한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철을 다짐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열렸다.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철을 다짐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열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습니다. 이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자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길’을 구체화하면서 ‘연말 시한’을 설정했습니다. 지난 1년 간 북한이 거론했던 ‘새로운 길’을 김카니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길’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당시 미-북 실무 협상이 두 달 이상 중단됐고, 북한은 자신들의 여러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 사실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노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계산법을 바꾸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박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 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이후 ‘새로운 길’에 대한 언급은 비핵화 상응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할 때마다 등장했습니다.

4월 말,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미국은 경로를 변경해야 한다고 밝힌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최선희 제1부상은 이는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라며 북한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8월엔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며, 군사훈련이 계속될 경우 이미 천명한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10월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결렬된 후 북한은 잇단 담화와 성명을 통해 ‘셈법’ 변화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11월 3일 북한 국무위원회는 담화를 통해 그 달 말 예정이던 미-한 공중연합훈련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12월 3일 북한 외무성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해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 즉,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을 외교 업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시간끌기만 한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12월 4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또다시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어르셨습니다. 사나운북방 겨울의 눈보라를길들이시며...”

10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백두산을 다시 찾은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을 강조했습니다.

백두산은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찾는 곳으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중대한 결심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7일과 13일, 과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신형 로켓 엔진 지상 분출 시험 등이 이뤄진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 직전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비핵화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1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전날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와 관련해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소집한 이번 회의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국을 방문 중이던 16일 북한에 만남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녹취: 비건 특별대표] “ Let me speak directly to our counterpart ....

하지만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새로운 길’이 북한의 핵 역량 개발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녹취: 아인혼 전 차관보] “They are talking about more provocative testing activities including testing of ICBM range missiles and maybe even further nuclear tests and maybe they make announcements about the production and deployment of additional systems.”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새로운 길’은 더 긴 사거리의 ICBM 시험, 추가 핵실험, 혹은 추가 미사일 생산과 배치에 관한 공표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북한의 ‘새로운 길’은 비핵화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m just assuming they say new path, they won't pursue denuclearization any longer. They will continue to build up their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New path is actually the old path.”

북한은 핵과 미사일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며, 이는 사실 ‘새로운 길’이 아니라 북한의 ‘오래된 길’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새로운 길’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y seem to be shifting away from a focus on improving relations with the USA under Trump and moving toward shoring up their relationships with China and Russia, both of whom are neighboring countries who are in position to provide significant economic benefit to the North, in terms of energy and trade and investment at a time when the North needs that help in order to grow their economy.”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2020년을 맞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며 한해를 시작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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