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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건 ‘만남’ 제안에 무응답…“결국 새로운 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 3일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오늘(17일)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서 북측에 만남을 제안했는데요,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스티븐 비건 대북대표] “Let me speak directly to our counterparts in North Korea. We are here, and you know how to reach us.”

방한 이틀째인 16일, 미국이 창의적인 해법을 북측에 제시했다고 밝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대표,

한국 외교부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여기 한국에 와 있고 북한은 미국을 어떻게 접촉할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측에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한 겁니다.

비건 대표는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7일 오후 비건 대표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북한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비건 대표와 미 행정부가 명확히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비건 대표를 만나 실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낮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미국에서 그런 입장은 전혀 나오지 않았죠. 그리고 비건 대표가 와서 이번에 명확하게 보여줬지만 물밑접촉을 북한이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제안을 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전반적으로 북-미 간 대화의 환경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이 되고요.”

박 교수는 연내 협상이 이뤄지려면 일단 미-북 양측이 만나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과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새로운 길’은 내년 미국 대선까지 길게 바라보는 정책으로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임재천 교수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재천 교수] “연말 시한을 김 위원장이 직접 정했잖아요. 이것을 갑자기 바꾸면 본인 체면도 구겨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단계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적어도 연말, 연초까지는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지금은 미국을 징벌하고 긴장을 높여야 하는 단계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12월 말까지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안을 가져오지 않을 게 확실한 만큼, 미국에 대해 화를 내는 모양새를 연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불어 지금은 미국과의 긴장을 통해 내부를 결속하고 김 위원장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판을 완전히 깨는 행동, 즉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든지 거기까지는 안할 가능성이 있죠. 그 선 아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일단 하고…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미련을 아직까지 완전하게 버렸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내년 3월까지는 긴장을 높이다가 내년 중반쯤에 다시 한번 협상을 시도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비건 대표가 워싱턴 출발 전까지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꾸준히 타진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만날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비건 대표로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가장 강력한 성명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특히 비건 대표가 ‘미국이 설정한 데드라인은 없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이 설정한 데드라인이 없다는 거죠. 그 말은 북한이 설정한 데드라인에 끌려가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 주도의 협상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비건 대표의 언급이) 대화를 이어가자는 취지라고 평가하지만 북한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봅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을 향해 먼저 연말 시한을 설정한 것은 김 위원장의 ‘악수(나쁜 수)’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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