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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달러 대비 환율 요동…제재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가 원인”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류경상업은행 자동현금인출기(ATM). 지난 2017년 4월 사진 촬영 당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은행 관계자는 "새 제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류경상업은행 자동현금인출기(ATM). 지난 2017년 4월 사진 촬영 당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은행 관계자는 "새 제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최근 급격한 변동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에 따른 외환보유고 감소 징후라며, 북한의 외화난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의 달러화 대비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제제로 인한 북한의 외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 외교정책연구소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28일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에서도 안정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환율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이래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8천~8천200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이 기간 북한의 환율은 1.15% 소폭 등락에 그쳤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화폐를 적게 발행해 공급을 위축시키고 통화 통제를 통해 환율 강제 고정 조치를 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변동 폭이 급격히 커지면서 3월에는 최대 8천5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7월에는 7천800원대로 내려앉았고, 지난달에는 다시 8천4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환율 불안정은 북한의 외환보유고 사정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각국은 통상 통화 대비 달러 환율이 불안정하면 중앙은행에서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자국 통화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목표 환율을 유지하지만, 북한은 제재로 외환보유액이 충분치 않아 환율 안정세 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2016년께 집중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힘쓴 정황이 있다며, 대북 제재를 예상하고 미리 대응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South Korean monetary economist whose work was shared with me last winter had calculated that in the period of around 2016, North Korea was actually they imported a lot less than they were export the relationship between imports and exports to China were very different in 2016 and before and after that. And what he was estimating was that they were building up reserves and foreign currency in 2016, to give them a cushion to get through what was going to be a pretty difficult time when they started all that missiles testing, and all of that in 2017.”

북한이 2016년 중국에 수출한 양보다 수입한 양이 훨씬 적었고 그 차이도 어느 때보다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핵과 미사일 실험 이후 제재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완충 역할을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려 애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한 외환보유액 관련 통계가 전무한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최근 환율 변동 폭은 외환보유액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재로 인한 외환보유고 고갈이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he's very skittish I think he's nervous because all of his efforts to reduce the sanctions have not worked, and now is probably coming into some kind of deadline.”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북한 관료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연일 날선 반응을 내보이는 것은, 제재 해제 논의가 더딘 데 대한 과민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달러 대비 환율 변동 폭이 커진 원인에 대해서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의 환율 변동 폭이 커진 올해 7월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양국이 관세 폭탄과 중국 위안화 절하 등을 주고받던 시기와 일치한다며, 관련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안화 거래가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북한 경제의 특성상 달러 대비 환율보다는 위안화 대비 환율 폭을 살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As long as the RMB exchange rate is stable, and most of the imports are being transacted in either barter trade or in Chinese currency, not dollars. Then, it's not having a huge negative impact on the food security situation and North Korea's foreign currency reserves are limited.”

위안화 대비 환율이 안정적이고 대부분 거래가 중국 통화로 이뤄지는 한, 북한의 식량 상황이나 외환보유액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의 불규칙적인 변동이 수 개월 간 더 지속된다면 이는 제재로 인한 북한의 외환 상황과 경제 상황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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