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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헤이젤 스미스 교수] “포괄적 대북제재, 북한 수확량 급감 초래”


지난 2017년 6월 평양 인근 도로변 농장에서 주민들이 밭에 씨를 뿌리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수확량이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은 유엔의 제재 때문이라고 헤이젤 스미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 교수가 밝혔습니다. 2016년부터 유엔이 북한에 포괄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유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농업 분야의 타격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북한에 상주하며 유니세프와 유엔개발계획 UNDP에서 일했고, 북한 안보와 인도주의 문제를 30년간 연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스미스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스미스 교수님. 유엔은 오랜 가뭄과 농자재 부족 등의 영향으로 북한의 수확량이 지난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어떻게 보십니까?

헤이젤 스미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 교수가 VOA 조은정 기자와 인터뷰했다.
헤이젤 스미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 교수가 VOA 조은정 기자와 인터뷰했다.

스미스 교수) 1990년대 기근 이후 북한의 농업생산이 많이 늘어 2012년과 2013년 쯤에는 주민들을 스스로 먹일 수 있었습니다. 식량 수입을 이어나가긴 했지만 주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할 수 있었죠. 2016년에 유엔의 포괄적 대북 제재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유류 제재가 시작됐죠.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농업 분야는 유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비료, 살충제에 유류가 들어가고 농업용수를 대는 데도 연료가 필요하죠. 리비아, 시리아, 이란과 달리 북한은 자체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아무리 열악한 생활 여건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익혔다 하더라도, 농업 분야는 외부에서 유류를 들여오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습니다.

기자) 지난해 최악의 수확량이 제재의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라는 것인가요?

스미스 교수) 유류 유입이 줄어들자 그 직접적인 결과로 지난해 농업생산이 급감했습니다. 2천5백만 북한 주민이 모두 소량을 섭취한다고 볼 때 한 해 5백만 t의 곡물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식량 생산량 부족분은 50만t 수준이었고, 수입으로 충당이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수확량은 150만t이 부족했고, 이는 인도주의 지원이나 자선 기금으로 채울 수 없는 양입니다.

기자)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주민들이 굶는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왜 그럴까요?

스미스 교수) 흥미로운 부분은 아직 ‘기아’에 대한 보고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불법 경제, 불법 무역, 국경지대에서의 제재 위반 행위 등 `회색경제’를 통해 북한으로 식량이 유입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부분 주민들이 식량에 접근하려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현재 식량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스미스 교수) 올해 초 북한 당국은 과거 겪었던 극단적인 기근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개별국가들과 식량 지원을 협의하려 했죠. 그런데 기근 상황이 벌어지지 않자 북한 당국도 외부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놀란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에 식량난이 재연된 이유가 2016년 시작된 포괄적 대북 제재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유엔 안보리는 ‘특정 분야’ 제재를 결의했습니다. 포괄적 제재라고 볼 수 없지 않나요?

스미스 교수) 특정 분야 제재가 아닙니다. 미 국무부의 목표는 북한 수출의 90%, 수입의 90%를 중단시키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에서만 ‘분야별’ 제재입니다. 제재 대상인 섬유 분야는 북한 핵 프로그램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016년 북한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제재는 유엔 차원에서는 15년 만에 처음 시행되는 것입니다. 유엔은 앞서 아이티와 이라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괄적 제재가 무고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판단했었습니다.

기자) 미 국무부는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가 북한 정권 탓이라고 했습니다. 자국민의 안녕보다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둔 결과라고 지적했는데요. 동의하십니까?

스미스 교수) 국제법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자국민의 복지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동시에 국제법은 유엔과 다른 나라들에도 인도주의 상황의 악화를 막을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무부가 주권국의 책임을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책임은 뺀 것입니다.

기자) 대북 제재의 영향을 우려하셨는데요, 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십니까?

스미스 교수) 미국 정부나 유엔은 대북 제재가 핵무장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는 정치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중산층이 없습니다. 이란의 경우 제재가 중산층에 타격을 주고 중산층이 항의하면 정부가 압박을 받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에 자원이 흘러들어가도록 허용하면, 모든 자원을 통제하는 북한 당국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활용하지 않겠습니까?

스미스 교수) 북한의 2천5백만 주민이 모두 사망하도록 자원을 차단하면 핵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식량 유입까지 차단하겠다는 논리는 도덕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웃트로: 1990년대 말 북한 주재 유엔 기구들에서 근무한 헤이젤 스미스 런던대 교수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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