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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어네스트' 북한 매각한 한국 업체 “정상적인 거래…매수인과 북한 관계 알 길 없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미국 법무부가 9일 공개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미국 법무부가 9일 공개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한 때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국 해운업체가 북한과의 불법 거래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정상적인 매각 절차를 밟았고, 선박 매수인이 북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건데, 미국 정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의도치 않은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주의를 당부해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애니 호로 불렸던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2015년 북한 측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명산해운은 북한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명산해운 관계자는 1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문제의 선박은 “선박 매매 계약서에 의거해 매수인에게 정상적으로 매각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수인과 북한과의 관계 여부를 자신들은 알 수 없으며, 정상적인 선박 매매 계약서를 통해 입금을 받고, 매각을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매수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매매 연결 방식을 묻는 추가 질의에 “브로커를 통해 정상적으로 매각했다”며,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VOA에 매매 계약서를 건넸습니다.

계약서에는 명산해운이 2015년 1월 홍콩의 M사와 거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매수인을 표기한 부분에는 M사 이름 옆에 ‘매수인의 지명자(Or its nominee)’라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추가 정보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앞서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 등을 토대로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애니(Eny)’ 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화물선으로, 한국의 산업은행(산은) 캐피탈과 명산해운이 소유하던 선박이라고 9일 보도했습니다.

특히 애니 호가 2015년 매각된 직후 이름을 ‘송이(Song I)’ 호로 변경했는데, ‘송이’라는 이름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소유했던 평양 소재 북한 회사 ‘송이 무역회사’와 동일한 이름으로 사실상 선박의 매각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곧바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또 다른 소유주로 지목된 산은 캐피탈은 10일 VOA에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소유권을 2012년까지만 보유했다며, 매각 당시엔 소유권이 없었다고 확인했습니다.

산은 캐피탈 측은 “해당 선박은 이미 2012년 당사와의 선박 리스 계약이 종료된 건”이라며, 당시 명의가 이전된 내용이 담긴 선박등기부등본을 VOA에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산은 캐피탈은 2004년 11월 애니 호의 소유권을 취득했고, 2012년 1월20일 이 소유권을 명산해운으로 넘깁니다.

산은 캐피탈은 소유권 이전 이후 해당 선박과 관련된 일체의 변경사항은 산은 캐피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매각 당시 명산해운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었으며, 브로커를 통한 거래를 진행해 홍콩의 M사로 최종 매각 처리됐습니다.

그러나 M사로 소유권이 넘어간 줄 알았던 이 애니 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이 관리하는 송이 호가 돼 나타난 겁니다.

명산해운의 주장대로 거래 당시 M사와 북한과의 연관성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개인과 기관들이 부주의로 인해 의도치 않는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해왔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북한의 해상 활동에 대한 주의보에서 해운 업계에 이런 내용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운송 관련 거래에 종사하는 개인과 기관은 금지되거나 제재될 수 있는 행동에 연루될 경우에 대한 잠재적인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북한의 해상 관행이 보험회사와 선박 등록처, 운송 회사, 금융기관을 포함한 해운 업계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제재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도 매년 발표하는 주의보를 통해 북한의 불법적이고 기만적인 활동들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의 불법 활동에 관여하게 될 위험을 높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명산해운의 거래 역시 은행 송금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미국 금융망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재무부의 주의보 내용과도 어느 정도 일치점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거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도 거액의 벌금을 매기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미 캘리포니아 소재 속눈썹 제조 업체는 중국 소재 납품업자에게 수입한 물품에 북한 공급업자들이 제공한 재료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100만 달러에 가까운 벌금을 냈습니다.

당시 벌금을 부과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 업체가 대북제재 규정의 실효성에 위험이 큰 지역에서 제품을 조달하면서도 공급망에 대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2015년 8월에도 북한 선박들에게 보험을 제공한 해상보험 전문회사에 27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명산해운은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진 선박의 운항자라는 의혹이 일고 있어 주목됩니다.

한국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년과 2019년 특별점검 대상 선박 자료에는 한국 선박 루니스 호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선박의 운항자 칸에는 ‘명산해운’이 표기돼 있습니다.

루니스 호는 지난 3월 미 재무부의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에서 북한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거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으로 지목됐었습니다.

그러나 명산해운 관계자는 이에 대한 VOA의 질문에 자신들은 “루니스 호 관리회사는 전혀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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