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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위반 선박 처분 주목…“와이즈 어네스트 호처럼 몰수돼야”


미국이 몰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 6월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에 계류돼 있다.
미국이 몰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 6월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에 계류돼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매각 처리하면서, 다른 나라에 억류된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을 풀어주거나 선주와 합의해 폐선 처리했는데, 와이즈 어네스트 호와 같은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외 자산을 처리한 사실상 첫 사례입니다.

특히 미 재무부나 국무부가 아닌 사법부 소속인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의 주도 아래 조치가 취해진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현상입니다.

심지어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소송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 법원은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전 판매’를 승인했고, 결과적으로 경매를 통해 이 선박이 제 3자에게 넘어가게 된 겁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몰수 소송 제기 4개월 만에 신속하게 소유권이 정리되면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 중인 다른 선박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선박을 가장 많이 억류한 나라는 한국입니다. 대부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과 12월 북한 선박에게 유류 제품을 넘긴 유조선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호와 ‘코티’ 호에 대한 출항보류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지난해 1월부터는 북한 석탄을 운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탤런트 에이스’ 호(혹은 신성하이 호)를 억류했습니다.

이어 카트린 호, 피 파이어니어 호와 DN5505호 등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6~7척을 억류해 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선박들 중 상당수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와는 정반대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라이트 하우스 윈모어와 피 파이어니어 호에 대해선 선주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 받은 뒤 풀어줬고, 카트린 호와 코티 호 등은 폐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카트린 호의 경우 선주가 접안비 등 비용 증가를 우려해 선박 폐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었는데, 한국 언론들은 이 선박의 고철 처리 후 각종 비용을 지불해 실제 남은 돈이 3천 만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 위반 선박을 통째로 압류해 자산을 매각한 뒤, 이를 북한 정권에 피해를 입은 가족에게 전달하려는 미국 정부의 조치와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실제로 카트린 호의 선주는 ‘도영 쉬핑(Do Young Shipping)’이라는 회사로 알려졌는데, 이후 도영 쉬핑은 카트린 호의 폐선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후 또 다른 소유 선박 DN5505호 운용을 통해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DN5505호는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벤츠 차량 2대를 한국 부산 항에서 옮겨 실은 뒤 북쪽을 향해 출항한 뒤, 이후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싣고 다시 한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입니다.

따라서 선박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을 2차례나 저지른 회사의 선박에 대해 다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폐선 처리한 선박들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DN5505호는 탤런트 에이스 호와 함께 한국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박입니다.

물론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사례처럼, 이들 선박들이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되는 수순도 이론상으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DN5505호 등 문제의 선박들이 운항 과정에서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면, 와이즈 어네스트 호처럼 미 사법부 차원의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 역시 북한 석탄을 운반했다는 혐의와 함께 미국 달러를 이용해 선박을 수리했다는 내용이 몰수 소송에 대한 소장에 명시됐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선박이 입항 후 벌이는 모든 활동은 ‘미국 달러’ 거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entity that is unloading the ship...”

선박의 하역 작업이나 주유를 하는 회사, 또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미국의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의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꼭 선박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초 싣고 왔던 석탄도 압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이 석탄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미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직전인 지난 4월 베트남 회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 호에 옮겨 실렸습니다.

이후 동탄 호는 첫 목적지였던 말레이시아와 최초 출항지인 인도네시아, 선주의 회사가 있는 베트남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채 현재 6개월 가까이 공해상에 떠 있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최근 VOA에 북한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오토 웜비어나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이 석탄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 따르면 동탄 호에는 299만 달러 상당의 북한 석탄이 실려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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