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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트럼프, 정상회담으로 제재 효과 허비…시간 얼마 안 남아”


수전 손튼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출범 초기 축적했던 성과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고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지적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몇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압박으로 거둔 효과마저 상쇄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기간에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환상을 접고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추가 무기 실험을 할 경우 현재의 외교 기조가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을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스톡홀름 회담이 합의없이 끝나면서 실무협상에 대한 회의감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정상회담만 원하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의 새 협상대표와 가진 초기 실무협상이었던 만큼, 팽팽한 대립 끝에 결렬된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무회담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이후 적절한 준비를 거치지 않고 또 한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건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기자) 그러면 이번 실무협상을 또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수순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미국의 국내 정치적 소요 때문에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과 추가 정상회담을 갖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북한도 미국의 국내 사정을 감안해, 최선의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고요. 북한이 연말 시한을 제시했는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것이고 여기에 맞춰 전략을 짤 겁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올해 말부터 내년 말 사이에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선 뭘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와 같은 국내 정치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으로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기 어려울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내에 협상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도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느낄 겁니다.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정상회담을 하느라 실무협상을 하지도 못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려 안타깝습니다. 당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복귀하게 만든 국제적 압박마저 허비해 버렸습니다. 이제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보지 못했고, 어느 정도의 국제 (압박) 캠페인이 김정은을 대화 방향으로 이끌었는지도 시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수십 년 동안 북한 문제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상황에서 트럼프가 등장했고, 저는 북한 지도자와 직접 접촉하는 등 다른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는 트럼프 특유의 정치적 능력이 상황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전 행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진전을 만들 기회를 좀 달라, 그런 생각이었죠. 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 특히 하노이 회담을 통해 미-북 간 완전히 상반된 기대와 준비 부족 등이 드러나면서 정상회담의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북한의 의사전달 시스템이 큰 문제였습니다.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누군가가 있는 게 그래서 좋긴 합니다만, 정상이 직접 만나니까 바로 성패가 좌우되는 자리가 돼 버렸습니다.

기자)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국 외교 정책의 근본적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아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이 해 볼 만한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시각과 외교의 근본적 원칙을 무시한 모함이라는 평가로 나뉘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초기만 해도 지난 10년 간 이룬 것을 뛰어넘는 성과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됐죠. 북한 측 역시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요. 실무급 대표가 바뀌기도 했죠. 하지만 미국도 정치 일정 때문에 북한의 그런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가운데 성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뭘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가장 큰 성과는 5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가 채택돼 북한 경제를 강한 제재로 압박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제재들은 북한이 무언가를 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이어지던 대북 협상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의 독주 체제로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이런 결정 구조를 문제로 보시나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전통적으로 미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내부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거죠. 북한과 관여하고 미 정부 각 부처의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을 현실적인 우선 목표로 둬야할지 파악할 때까지 북한과 이 문제에 진전을 이루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북한은 매우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반면, 미국은 혼란스럽고 정말 다양한 목소리를 냅니다. 이런 점이 애초부터 문제가 돼왔고,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겁니다.

기자) 북한과의 관여에서 현실적인 우선순위는 뭐라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오랜 시간이 걸릴 이 목표를 향해 어떤 단계를 밟을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90일 만에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등의 환상을 접고 단계적 진전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이 과거와 다른 조치를 취할 의지가 실제로 있는지 시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과거의 관행과 전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무언가를 포기할 것이라는 명제를 진지하게 시험해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인다는 걸 어떻게 가늠할 수 있죠?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단계적 방식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데, 우선은 북한이 실제로 어떤 단계를 밟을 의지가 있는지 봐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안했습니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일을 했습니다. 미사일 실험을 동결했어야 하는데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으니까요. 김정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어떤 조치도 아직 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중요한 조치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이 뭔가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 단계까지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앞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폐기한다면 미국은 어떤 조치들을 취할 수 있죠?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일부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할 겁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북한 경제 전반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 제재를 해제시킬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제재가 완화된 뒤에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인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스냅백 조항을 비롯한 여러 장치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의 석탄과 섬유 수출 제재를 유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었는데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미국 협상팀이 그런 조건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련의 현행 제재들을 살펴보고 이들을 어떻게 해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죠. 직접 해제할지, 새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제재를 유연하게 조정할지, 일시적으로 할지 영구적으로 할지, 제재는 어떤 방식으로 복구할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섬유와 석탄 수출 제재 유예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유예가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특정 분야 제재가 있습니다. 인도주의 지원, 개성공단과 같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우선 순위가 뭔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 만족스러운 동시적 행동을 고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 북한이 실무협상 직전에 감행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실험은 얼마나 심각하게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실험 동결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아무 거리낌도 없이 모든 종류의 무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오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만 주저하는 것 같은데, SLBM 실험은 극도로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할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상당부분 중지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런 모든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추가 무기 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 실제로 ICMB이나 SL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ICBM 실험은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시하는 부분이니까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분명히 바라고 있어서, 한반도 긴장을 낮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SLBM 실험은 다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실제로 그런 종류의 무기를 실험한다면 그 동안의 대화 모드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ICBM 실험 중단이야말로 이 모든 정상회담과 협상 노력, 제재를 통해 이끌어낸 유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ICBM 실험은 모든 것을 현 상황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겁니다.

지금까지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미-북 실무협상의 한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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