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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러셀 전 차관보] “한국, 미국에 사실 정보 전해야…북한 장밋빛 묘사 위험”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북 비핵화 합의는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 동결이 아닌 되돌릴 수 없는 조치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한국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 솔직한 정보를 미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를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에 장애물들을 제거하라고 거듭 요구하는데요. 어떤 의도로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전형적인 막스-레닌주의 전략입니다. 장애물을 지어내 상대방이 진전 가능성을 막고 있다고 우기는 전략 말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무엇이든 적대시 정책이라고 갖다 붙일 수 있는 거죠. 장애물은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이 도발적 ‘워게임’이라고 부르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재도 장애물이라고 우길 수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장애물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결국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합의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책략일 뿐입니다.

기자) 미-북 실무협상이 이뤄지면 북한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러셀 전 차관보) 미-북 간 의미 있는 소통 창구의 시작점이 생겨야 합니다. 중요한 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들을 취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고요.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것도 좋지만 김정은은 스위치를 켜듯 실험을 바로 재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의심스러운 시설에 대한 사찰단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일단 그렇게 하면 해당 시설 혹은 핵물질을 양도하거나 파괴하기 위한 의미있는 정보를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넘기게 되는 셈입니다.

기자) 미국은 그런 조치에 어떤 대가를 제공해야 할까요?

러셀 전 차관보) 식량이나 의료 지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옵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상징적 제스처의 일부를 그냥 줘버렸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은에게 미국 대통령에 맞먹는 전례 없는 지위를 줬습니다. 보통 이런 지위는 국제법을 준수하는 나라의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말이죠.

기자) 대북 제재 완화 시기는 언제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제재 완화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의무를 북한이 준수하는 것과 연계돼야 합니다. 북한이 취하는 조치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채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현재 북한은 국제법을 전면적으로 어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를 해제하기에 부적절한 때입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라는 형태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미국과 한국 등이 간과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입니다. 국제법을 훼손하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거죠. 북한이 국제법 위반의 대가를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현재 미-한 동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 또 더 넓게는 두 나라 행정부 정책 간에도 긴장감이 흐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실무회담에 나오지 않고 버티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북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왔는데 현재 한국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한국 정부는 소외됐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같은 페이지에 있어야 북한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두 나라 접근법에 차이가 노출되면 북한은 양국의 균열을 이용해서 이간질을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온전한 대북 전략을 가질 경우 측면이 아닌 정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죠?

러셀 전 차관보) 한국 정부는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동기는 무엇인지 사실 그대로의 평가를 제공해 트럼프 행정부를 도와야 합니다. 북한의 행동과 위협, 전략에 대해 솔직히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보 당국과 군 당국, 전문가들은 현재 미 정부에 부족한 북한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장밋빛 안경을 끼고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한국, 미국, 일본 간의 조율은 북한 문제 진전에 필수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현 한-일 갈등과 적개심은 북한만 이롭게 하고 우리의 공동 이익에 상당한 도전을 제기합니다.

기자) 차관보 재직 당시인 2016년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즉각 지지 표명을 하셨는데요. 한국에서 거듭 제기되는 남북 경협 재개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협력이라는 말은 듣기 좋습니다. 북한이 정말로 한국, 미국,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면 훌륭한 일이죠. 특히 의무 이행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김정은이 재원을 무기 프로그램에 쓰고,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 정권 차원의 활동에 사용한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아는 상황에서 그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느냐는 겁니다. 협력을 논하고, 금강산 관광도 가고, 개성공단에서 소상인들이 물건을 만드는 것은 아름답게 들리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이 단계적으로라도 의무를 준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강제하는 겁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로서 북한 문제를 전임 행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을 어떻게 느끼시죠?

러셀 전 차관보) 이전 행정부들을 뒤돌아 보며 손가락질 하고 비난하는 건 가치 없는 일입니다. 압박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은이 국제법 위반과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제재를 꾸준히 강화했습니다. 북한 상황을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더 나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기자) 2017년 미 당국자로서 처음으로 북한 정권을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추정했습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정권과도 관여는 필요합니까?

러셀 전 차관보) 김정은 정권과 상대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면죄부 혜택을 주는 것의 대안은 있습니다. 김 씨 정권의 범죄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외교적 수단과 함께 강력한 방어와 억지, 제재와 고립을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필수입니다.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실수가 되겠지만 정상급에서 북한과 외교를 하는 데는 분명한 위험이 따릅니다. 충분한 준비없이 이뤄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은 비핵화가 아니라 오히려 핵무장과 미사일 생산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은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2년 가까이 공석으로 있는데요.

러셀 전 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인권을 북한을 때리기 위한 몽둥이로 사용한다는 인상을 저는 받았습니다.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비열한 정권이자 인권 침해국으로 맹비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나서부터 북한 전역에서 이뤄지는 조직적이고 끔찍한 인권 유린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정부에서 일해봤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다룰 수 없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현재 미-북 관계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입니다. 하지만 인권을 마치 불편한 장애물처럼 여기는 것은 미국의 가치와 보편적 원칙에 어긋나는 실수가 될 겁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부터 북한 비핵화 방안과 미-한 관계의 현주소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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