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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사뭇 다른 남북한 추석 풍경...“북한 최대 명절은 태양절"


지난해 9월 한국 파주시 임진각에서 탈북민이 음식을 펼쳐놓고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파주시 임진각에서 탈북민이 음식을 펼쳐놓고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한국은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석이 되면 고향과 친지를 찾아 이른바 ‘민족대이동’을 시작합니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과 사뭇 다른 명절 풍경에 한국 내 탈북자들은 이맘 때가 되면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 입니다.

11년 전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 정명숙 씨는 추석이 되면 실향민과 탈북민을 위한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합니다.

이맘 때면 더욱 간절해지는 고향 땅에 묻혀있는 어린 자식 생각을 조금이라도 잊어 보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탈북자 정명숙 씨] “(추석이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생각나니까 울죠. 고향에도 못 가니까 시간이 지나도 눈물이 나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 보면 ‘야, 저 사람들 참 행복하다.’ 생각해요. 난 북한에 자식까지 땅에 묻고 왔으니까.”

3년 전 탈북한 김영옥 씨는 한국에서 맞은 첫 추석, 풍성한 음식으로 차려진 차례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평소 먹지 못하는 음식까지 장만해도 늘 부족해 조상께 미안해하는 북한 주민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영옥 씨] “하루에 한 끼만 먹다가도 추석 명절 만은 조상님들을 성의껏 모시려고 1년 동안 못 먹던 쌀 한 킬로그램을 사기도 하거든요. (상황이) 힘들어도. 한국은 추석을 명절처럼 쇠지만 우리는 (명절이라 기쁘다, 설렌다) 이런 마음보다는 떠난 분들 생각하며 그저 너무 힘들게 살다 가셨다고 그런 마음이 더 해요”

고향과 친지를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한국인의 차량 행렬도 김영옥 씨에게는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한국은 추석 전날과 다음날인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만 북한은 추석 당일만 쉬기 때문에 멀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구나 도로 사정은 열악하고 교통편 마저 없어 보통 걸어서 성묘를 하러 가는데, 거리가 멀면 이마저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거주지 이동을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은 타 지역 방문 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는 명절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지현아 씨는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여행증명서를 받기는 어렵다며, 명절이라고 멀리 사는 친지를 방문하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작가] “여행증명서를 떼는 건 굉장히 힘들고요. 군이나 구역, 시 이런 곳에 가면 여행증명서 발급하는 곳이 있는데 증명서를 받는 건 정말 너무 어려워요. 특히 우리 시대는 고난의 행군 시대잖아요. 굶주리고 아사가 발생하는 그 때는 더 여행증명서를 안 떼줘요. 왜냐면 사람들이 친척 집 간다고 하고 막 없어지고, 우리처럼 탈북하고”

지현아 작가는 북한의 추석은 수확 후 풍성함과 여유로움을 누리는 한국과 달리 늘 살아가는 일상 중 하루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의 설과 추석, 정월대보름 등을 민속 명절이라고 부르지만, 더 크게 기념하는 명절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민족 최대 명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과 정권 수립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은 북한의 4대 명절로 꼽힙니다.

탈북민 김영옥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즐겁고 행복한 명절로 인식되는 날은 이른바 `명절 공급'이라는 이름으로 사탕과 과자를 주는 태양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옥 씨]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민족 최대 명절이지 추석 이런 것은 명절이 아니에요. 김일성 탄생일에는 1킬로그램짜리 과자 사탕이라도 주지만 조상을 뵙는 추석 때는 아무 것도 없어요.”

자유를 찾아 한국에 안착한 탈북민들에게 풍요로운 한가위는 마음 아픈 명절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굶주림과 차별, 정권으로부터 억압받고 있을 북한 주민들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탈북자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 최정훈 대표는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태풍까지 덮쳐 주민들이 더욱 배고픈 추석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북한 주민들이 1년에 자기가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조상한테 인사 드리는 것이 추석의 유례인데, 북한 주민들이 무엇을 가지고 인사를 하겠습니까? 또 태풍 링링이 불어 가지고 북한도 많은 피해를 봤다는데 북한 주민들이 참 이번 명절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최 대표는 하루빨리 평화통일이 이뤄져 북한 주민들도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은 추석이 되면 눈 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고향 생각에 마음이 더 헛헛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굶주림과 억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뿐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녹취: 허광일 위원장] “머지않아 최대 명절 추석을 함께 보낼 때가 꼭 올 것입니다. 정말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고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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