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관광단지 건설장 시찰..."애민 부각, 외국 관광객 유치 노린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시찰한 평안남도 양덕군의 관광지구 건설현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시찰한 평안남도 양덕군의 관광지구 건설현장.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스키장을 포함한 관광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스키장을 비롯한 대형 관광단지 건설에 나섰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는 스키장과 온천 휴양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정서 시설이 창조됐다고 하시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달 24일 신형 방사포 시험발사 이후 일주일 만이며, 경제 분야 단독 시찰은 4개월 만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또 다시 스키장을 만든다는 대목입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은 양덕군에 관광단지를 만들면서 그 북서쪽에 3개의 스키 활주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스키장이 예정대로 12월에 완성되면 세 번째 스키장이 됩니다. 북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백두산 삼지연군에 건설된 베게봉 스키장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3년 강원도 원산 근처에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평안남도 양덕군에 또 다른 스키장을 짓고 있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평양 주민들을 위해 김 위원장이 뭔가 복지 시설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양덕 일대에는 온천이 있고, 또 스키장을 만드는 것은 평양 주민들에게 복지 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북한 당국은 이 스키장과 관광 시설이 일반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브라운] ”They have lots of tourists from China and they need hotels…”

실제로 북한은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중국인을 상대로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중단됐던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하늘 길도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 고려항공은 최근 평양과 중국의 베이징, 셴양, 상하이, 다롄 등을 연결해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년 간 고려항공의 운항 횟수는 950편으로 전년도에 비해 20% 이상 늘었습니다.

중국 단둥을 출발해 북한 신의주를 둘러보는 당일치기 관광도 활발하며, 중국 지린성 투먼에서 북한 칠보산으로 가는 철도관광도 재개됐습니다.

관광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은 관광객을 보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외화 수입에 큰 보탬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가급적 많이 받아들여 외화난에 숨통을 틀 수 있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이건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데다, 중국 시진핑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눈치 안 보고 북한을 지원할 수 있고, 북한도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니까, 이건 이해관계가 일치한 거죠.”

중국 정부는 북한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북한 방문 관광객 수를 밝힌 것은 2012년으로, 당시 방문객은 23만7천여 명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2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1인 당 300 달러를 사용한다면 2018년 한 해에 북한이 관광으로 벌어들인 돈은 3억6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북한의 대중 수출 2억1천만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에게는 엄청난 돈이라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지금 무연탄, 철광석, 수산물이 다 막혀있는 상황에서 3억 달러가 넘는 돈은 북한에게 엄청난 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양덕군 관광단지 시찰은 고강도 제재를 겪는 북한 경제의 몇가지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이번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 건설부대가 아닌 전투력이 강한 부대를 동원했습니다. 또 제재로 인해 스키장에 설치할 ‘수평 승강기(리프트)’와 ‘끌림식 삭도’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군수공장에 맡겨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북한 관영 `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스키장에 설치할 수평 승강기와 끌림식 삭도를 비롯한 설비제작을 모두 주요 군수공장들에 맡겨보았는데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었다.”

게다가 북한은 건설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 등 자재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예로, 북한 관영방송은 8월31일 상원시멘트 공장이 양덕군 관광단지에 시멘트를 실어보냈다는 것을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녹취: 중방] ”충정의 낮과 밤을 이어온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일꾼들과 노동계급이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를 전부 보장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북한이 2016년부터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갈마관광지구도 완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외화 부족으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원산 갈마관광지뿐만 아니라 백두산 삼지연 건설도 연기됐는데, 노동력으로 벽돌을 쌓을 수 있겠지만 내장,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할 수 없겠죠, 내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거죠.”

이처럼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2년 이상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는 갖가지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석탄 수출이 중단돼 광공업 사정이 나쁘고 공장과 기업소도 제대로 돌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가 2017년에 마이너스 3.5%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4.1%로 뒷걸음쳤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