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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 미-북 실무회담 공전시킬 듯”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9월 73차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별도의 회담을 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9월 73차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별도의 회담을 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한 군사훈련이 끝났지만 북한은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과의 실무 협상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신호도 없는 상황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23일 미-북 실무 협상 대신 미국을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오도하고 또다시 제재 타령을 하고 있다며, 그를 `미-북 협상 앞길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1시간 가량 만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북 실무 협상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녹취: 김현종 차장] “북-미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 그게 잘 전개될 것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북 실무 협상을 공전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해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They want to deal with Trump..”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북한의 실무 협상 약속 위반을 비판하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을 수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Different groups in North Korea are in favor or “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일종의 ‘애태우기 전술’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지금 실무 협상을 할듯말듯 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북한의 몸값을 높이려는 것이지요.”

브라운 교수는 9월 중에는 미-북 실무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약속한 데다 제재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워낙 나빠 협상을 열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Something will start in September.."

전문가들은 그러나 설사 미-북 실무 협상이 열려도 전망은 어둡다고 말합니다.

우선 미국과 북한이 변한 게 없습니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4월 평양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계산법을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중방]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은 포괄적인 합의, 즉 빅딜을 원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볼튼 보좌관] “So what we're looking for, what President Trump called the big deal, when he met with Kim Jong un in Hanoi, is to make that strategic decision to give up nuclear weapons. ”

북한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북한은 2월 말 하노이에서 영변 핵을 포기할 테니 유엔 안보리의 핵심 대북 제재를 풀라고 요구한 이래 어떤 새로운 제안이나 변화를 시사한 바 없습니다.

미-북 실무 협상 전망이 어두운 또다른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때문입니다.

지난 해부터 심상치 않았던 미국-중국 관계는 현재 ‘무역전쟁’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은 홍콩과 타이완 문제를 둘러싸고 거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파기했습니다. 이어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가능하면 수 개월 내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국제정세가 급변하자 북한도 새로운 정세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군 수뇌부를 중국에 보내 북-중 군사협력을 다짐했습니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16일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먀오화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만났습니다.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이 자리에서 ‘조-중(북-중) 최고 영도자 동지들의 숭고한 의도에 맞게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중국에 제재 완화 등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적대적인 행위 즉,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미사일도 발사하고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김수길이 요청하지 않았나..”

북한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에도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박철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20일 테헤란을 방문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났습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의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15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외무성 고위인사들을 만났습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제1부상을 만나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습니다.

이처럼 과거 북방 3각관계를 주도하던 북한-중국-러시아는 결속을 다지는 반면 한국-일본-미국 등 남방 3각 관계는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22일 일본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면서 한국에 대해 방위비를 많이 내라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을 의미하는 ‘새로운 길’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지난 6일 미사일 발사 직후에도 ‘새로운 길’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천명한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평양은 ‘신냉전 체제’로 변하는 국제적 흐름을 타고 ‘핵 보유국’과 ‘제재 와해’를 달성하려 한다고 문성묵 통일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핵 역량을 보유하면서 제재를 풀어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 김정은의 속내이기 때문에…”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존 볼튼 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수 년 간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볼튼 보좌관] ““No, I think China has said for many years, they don't want North Korea have nuclear weapons because they believe it would cause ‘instability in Northeast Asia”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가치를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핵을 갖는 것보다 비핵화를 하는 것이 훨씬 득이라는 겁니다.

비핵화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안보는 물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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