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납북 아들 42년 간 기다린 노모 “죽기 전에 보는 게 소원”


김태옥 씨(가운데) 등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 5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납북피해자 송환과 생사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월 30일은 유엔이 정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입니다. 북한은 1950년 이후 한국 등 다른 나라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해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아들을 42년째 기다리는 노모의 이야기를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김태옥] “이게 얼마나 고통스럽습니까? 부모가 자식을 못 보는데 어떻겠습니까?”

지난 1977년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42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녹취: 김태옥] “테레비를 보고 있으면 아들이 보이는 것 같고 아들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고, 그러다가 보면 또 병이 나고 그러면 또 마음이 어그러지고. 우황청심환을 매일 먹고 살아요, 제가”

김 씨의 아들은 경기도 평택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7년, 친구들과 함께 인천 송도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돌아오겠다던 아들은 그 후 연락이 끊겼고, 김 씨는 아들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 김태옥] “여름방학인데 저희들 몇이서 놀러 간다고 그러더라고. 자식이 그러면 그게 또 안 됐잖아. 그러니까 그럼 갔다 오라고 아버지 몰래 보낸 거거든. 그랬더니 이렇게 되네…”

김 씨는 나중에 아들이 송도 대신 전라도 홍도로 갔다는 이야기를 아들 친구로부터 들었습니다.

김 씨의 아들은 1977년 8월 11일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해수욕장에서 친구인 최승민 씨와 함께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당시만 해도 아들이 북한에 납치됐을 것이라고는상상도 못했습니다.

김 씨 부부는 전국을 돌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녹취: 김태옥] “홍도, 흑산도, 제주도로 우리 아저씨도 그 아이 찾으러 다니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니다가 병을 얻어서 한 쪽이 마비돼서 돌아가셨어요.”

아들이 실종된 지 20년이 지난 1997년 김 씨는 한국 정보기관을 통해 아들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후 납북자 가족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당국에 체포된 북한의 간첩으로부터 아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김태옥] “사진을 보여주니까 “어머니 맞아요. 어머니 아들이 거기에 있는데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착해요” 그러면서 말을 해주는데 거기서 남파 간첩들 훈련을 시킨대요, 한국말로.”

김 씨는 아들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직 한 번도 직접 만나거나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생사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또 2013년에는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을 통해 아들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 번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영상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북한에 있는 아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고심 끝에 거절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큰 기대를 걸었지만 아들 문제 해결에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태옥] “몇 십 년씩 이렇게 자식을 잃어버리고 사는데 어떻게 우리 한국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얼른 하루 속히 절차를 밟아서 만나게 해 주세요”

올해 88살인 김 씨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시간이 얼마 없다며 죽기 전에 아들을 한 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김태옥] “나도 나이가 많아서 얼마 못 살 것 같으니까 얼른 만나게 해 주시오.”

유엔은 2010년 12월 채택한 결의를 통해 매년 8월30일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된 후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실종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1950년 이후 다른 나라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함으로써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한국전쟁 중 약 10만 명의 한국민을 납치하고,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3천835명을 납치했고, 이 가운데 516명이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일본과 중국과 레바논, 말레이시아, 루마니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납치에도 관여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납치하고 있습니다.

COI는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어린이를 포함해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