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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호 4개월 넘게 공해상 전전...“제재 연루 기업에 경각심 높여”


베트남 회사가 소유한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 동탄호.
베트남 회사가 소유한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 동탄호.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석탄을 실은 동탄 호의 표류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도와 상관 없이 대북 제재 문제에 연루될 경우, 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탄 호는 지난 4월13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1년 가까이 억류했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 있던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었습니다.

이후 이 석탄의 구매자가 있는 말레이시아로 이동했지만 대북 제재 품목을 실었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부됐습니다.

이에 따라 최초 출발지인 인도네시아로 되돌아갔지만, 역시 입항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공해상을 떠돌던 동탄 호는 지난 6월 선주회사가 소재한 베트남에 또 다시 입항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습니다.

결국 동탄 호는 4개월 넘게 전 세계 어떤 항구에도 기항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겁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15일 VOA에, “(동탄 호의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베트남 붕따우 인근 해역에서 계속 대기 중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서도 동탄 호로 추정되는 약 170m 길이의 선박이 붕따우 인근 해역에서 두 달 넘게 같은 지점을 맴도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14일 베트남 인근 해역에서 민간 위성에 포착된 동탄 호 추정 선박. 자료=플래닛 랩스 (Planet Labs Inc)
14일 베트남 인근 해역에서 민간 위성에 포착된 동탄 호 추정 선박. 자료=플래닛 랩스 (Planet Labs Inc)

선박 업계 관계자는 동탄 호가 석탄을 하역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다른 화물운송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금전적 손해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또 용선, 즉 다른 회사가 빌려 운항 중인 선박인 동탄 호가 이번 운항 중단으로 용선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선박 업계 관계자] “하루에 이 배가 600만원에서 1천 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 배가 1년이 갈 수도 있고, 2년이 갈 수도 있고, 영원히 폐선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 온다면 거기에 속해 있는 한 회사 혹은 3~4개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상태까지 올 수 있습니다.”

앞서 동탄 호를 용선해 운항 중인 베트남의 ‘보스코(VOSCO)’사는 지난 5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믿을 만한 중개인 채널을 통해 소개된 인도네시아산 석탄 위탁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해당 선박을 빌렸다”며 북한 석탄인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선박이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현 상황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실제 석탄의 원산지가 어디이든, 인도네시아가 원산지라고 밝힌 중개인 채널에 의해 자신들이 사기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스코의 주장 대로라면 동탄 호는 단순히 의뢰 받은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일 뿐이지만, 의도와 다르게 대북 제재 위반 선박이 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겁니다.

손실 금액을 하루 1만 달러로 계산한다면, 지난 4개월 간 발생한 피해는 약 120만 달러에 이릅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압류된 데 이은 동탄 호의 운항 불능 사태로 대북 제재에 대한 업계 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선박 업계 관계자] “제재나 이런 게 일반인들에게, 혹은 해운인들에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습니다. 단지 리스키(위험)하다, 북한에 배가 들어가면 문제가 있다, 이 정도였지. 제재 화물을 실었을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건 와이즈 어네스트와 동탄 호가 문제가 됨으로써 현실화 됐고, 경각심을 심는 계기가 됐죠.”

대북 제재에 연루된 선박이나 기업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 건 비단 동탄 호 사례 만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선박 등에 유류 등을 건네는 등 대북 제재를 위반한 선박 약 6척에 대해 출항보류 조치를 취했는데, 이 중 2척은 최근 고철로 폐기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북 제재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수 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 고철로 버려지게 된 겁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론 선박 1척이 폐선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연결된 용선주들과 금융회사, 보험회사, 관리회사 등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관련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연쇄 파장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에서 주재한 북한 관련 회의에서 관련 업계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As UN Security Council members, we must convey to the captains of these ships, to their owners, and anyone else involved in these transfers that we are watching them and that they must cease their illicit activity.”

안보리 회원국들은 선박의 선장들과 소유주들, 그리고 환적에 연루된 모든 자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과 불법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북한의 해상 활동에 대한 주의보에서 해운 업계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운송 관련 거래에 종사하는 개인과 기관은 금지되거나 제재될 수 있는 행동에 연루될 경우에 대한 잠재적인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주의보는 또 북한의 해상 관행이 보험회사와 선박 등록처, 운송 회사, 금융기관을 포함한 해운 업계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제재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선박과 연계된 모든 업체들이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entity that is unloading the ship...”

제재 선박이 입항 후 벌이는 모든 활동은 ‘미국 달러’ 거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선박의 하역 작업이나 주유를 하는 회사, 또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미국의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 몰수 소송이 제기돼 최근 경매에 부쳐친 와이즈 어네스트 호도 북한 석탄의 운송 문제와 더불어 선박의 수리 비용이 미국 달러로 지급된 사실이 지적됐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북 제재 연루 기업에 대해 은행이 먼저 거래를 끊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의혹을 받았던 A사 대표는 최근 VOA에, 무혐의 판정 뒤에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우려한 주 거래 은행이 거래를 끊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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