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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반대 않는 미 의회…무리한 인상 요구에는 비판적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리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2020년 이후 적용될 미-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 의회 의원들은 대체로 미국의 무리한 인상 요구는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한 반대 기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다소 온도 차는 있지만, 분담금 증액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의 무리한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데, 특히 민주당 측에서 강합니다.

하원 군사위원장인 애덤 스미스 민주당 의원은 “다른 나라들과의 비용 분담을 권장할 수 있지만, 대폭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스미스 의원은 8일 VOA에,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미군 주둔 기본비용에 50%를 더한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의원] “I am highly critical of an apparent proposal by the Administration to charge allies and partners the full cost of basing U.S. military in their country, plus 50 percent. In some ways, our national security depends on our relationships with our global partners. There is no question of the strategic importance of our overseas military bases, and the mutual benefits not just for the U.S., but also our allies and partners.”

앞서 미국과 한국이 지난 3월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의 미군 주둔 비용에서 50%를 더 부담시키겠다는 이른바 ‘주둔비용+50’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어떤 면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는 미국과 국제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며, “미군 해외 주둔의 전략적 중요성, 그리고 이것이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 모두에 상호 이익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과 (미군 주둔 비용) 분담을 권장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와 완전히 분리된 정책을 갖고 ‘폭력단의 갈취 행위’ 처럼 미국의 국가안보 장치를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둔 비용+50’과 같은) 제안들은 미국의 파트너십과 동맹 강화에 전혀 유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의원] “It is one thing to encourage burden sharing with other countries, but quite another to run our national security apparatus like a protection racket, with a policy that is completely divorced from our national security goals. Proposals like these serve no utility in strengthening these partnerships and alliances.”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자체는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지난 3월 미-한 SMA 협상 당시 VOA에, “한국 방위를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미국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분담금 증액 요구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재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면 미국도 관심을 높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요구는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지나치게 압박하면 미군 주둔 자체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는 지난 2월 청문회에서 제10차 미-한 SMA에 따라 한국의 분담금이 증액된 것과 관련해, “한국은 미군부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 지원 등 이미 미군 주둔에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해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리드 의원] “These negotiations with a Special Measures Agreement seem to be more controversial than previous years…”

리드 의원은 통상 5년이었던 SMA 유효기간이 1년으로 개정된 점을 지적하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한국과 주한미군 지원 문제를 또 다시 얘기해야 하다는 건데,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할 상황이 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지나친 증액 요구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분담금 증액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주둔비용+50’과 같은 수준의 요구는 “동맹국들을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해왔습니다.

설리번 의원은 최근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을 만났다며, “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동맹국의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설리번 의원] “I certainly support the President's view of getting more, as you mentioned from our allies in terms of home basing, I think that's fair … But if for some reason, you know, at the end of the day, there was no agreement, we had to pull out our forces from Japan and Korea. What would be the strategic implications for the United States…”

다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 십 년 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의 동맹 분열을 시도해온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반길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역내 동맹그룹 강화와 확대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우려는 최근 상하원이 마련한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도 반영됐습니다.

상하원의 국방수권법안에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천500명 보다 줄이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가 담겼습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주한미군 관련 직간접 비용과 분담금의 상세 내역을 살펴봐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법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원과 달리 하원의 국방수권법안에는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과 관련해 ‘직간접 비용과 일본, 한국의 분담금’에 관한 보고서를 2020년과 2021년 각각 3월 1일 전까지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한편 의회조사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회의론과 동맹국의 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가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에 관한 신뢰성과 내구성에 의문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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