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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대북 제재 4년: 경제, 사회 전반에 문제 드러나는 북한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요즘 북한 TV를 보면 ‘수입병’을 없애고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지난 시기 수입에 의존하던 유약재에서 우리나라에서 천연광물로 자체 생산해...궤도전차 국산화 비율은 98%로 보장하면서..”

북한이 수입병을 없애라며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외화난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제재로 외화가 부족해지자 수입을 줄이고 국산품을 사용해 귀중한 달러를 아끼자는 의도라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열악하지만 북한 것을 쓰자는 것으로, 외화를 아끼고, 외화, 외국 상품을 쓰면 애국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선전공세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고강도 대북 제재는 북한 정권의 구호부터 대외정책, 산업계, 돈주, 당 간부, 일반 주민들의 살림살이에 이르기까지 북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정권의 구호가 바뀌었습니다. 2012년 김정은 정권이 출범할 당시 북한 당국이 내건 구호는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또 ‘지식경제’ ‘강성부흥의 전성기’ 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놓은 구호는 ‘자력갱생’과 ‘만리마’입니다.

[녹취: 김정은]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 나가야 할 구호입니다.”

북한 당국이 1950-60년대 사용했던 자력갱생 구호를 다시 들고나온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입인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지난 몇 년 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으니까, 그 길 밖에 갈 수 없고, 일종의 고육지책이죠.”

대북 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북한의 광업 분야입니다. 광물 수출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으로, 석탄과 철광석 수출은 북한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면서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특히,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로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하루아침에 돈줄이 끊겼습니다.

석탄 수출 길이 막히자 북한은 밀수출을 꾀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난해 3월 자국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석탄 2만6천t을 실어 밀수출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화물선은 인도네시아에서 1년 간 억류된 데 이어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 조치됐습니다.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돈주들은 그동안 석탄, 수산물, 의류임가공 등 북한의 3대 수출을 주도하며 큰 돈을 벌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출이 90%가량 줄어들면서 돈주들도 큰 손해를 보거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돈주 대신 ‘빚주’라는 말도 나온다고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는 전했습니다.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당 간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중간급 당 간부가 그런대로 살려면 한 달 생활비가 30-50 달러가량 듭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직장 월급은 1 달러(8천원)가 안됩니다.

따라서 보위부와 당 간부, 검찰소, 세관장들은 평소 돈주나 장마당 상인들로부터 뇌물이나 뒷돈을 받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재로 돈주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간부들도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중간 관료들은 뇌물을 통해서 즉, 무역이나 외화벌이꾼을 통해서 돈을 받거나, 또 일반 주민이 뇌물을 주곤했는데 그런데 무역이나 외화벌이가 어렵게 되면서 뇌물도 줄고, 그런 사람들도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역 분야에서 시작된 제재의 여파는 공장과 기업소 가동율을 떨어트리고 이제는 본격적인 외화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이나 정권수립일(9.9) 당 창건일 (10.10)에는 쌀과 술, 과자 등을 주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특별공급이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외화가 부족한 가운데 북한 당국은 엄청난 달러를 써가며 기름을 밀수해 외화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워싱턴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ey're using their dollars to bring into fuel oil, which they desperately need. But, in the process, they're getting fuel oil, but they're losing the dollars. it's not really a sustainable.”

그동안 대북 제재의 무풍지대였던 장마당에도 이제 제재의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사가 안돼 장마당에서 디젤유와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한편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꽃제비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지난 3월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김정은 정권 들어서 꽃제비가 시장이나 역전에 들어서는 것을 정말 강하게 통제했었습니다. 그래서 고아원을 전국적으로 건설하는가 하면 방황하는 아이들을 바로 바로 잡아서 고아원에 보내는 것을 집요하게 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 도시가 아니고 여러 도시에서 똑 같은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은 전체적으로 일반 서민들이 (대북 제재로 인해) 많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제재 해제는 북한 수뇌부가 풀어야할 가장 큰 정치적 과업이 됐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말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대북 제재를 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회담은 결렬되고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평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의 권위가 크게 추락했다고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갈 때 외교안보 라인을 대규모 대동하고 실시간으로 미리 보도를 했는데, 결과가 없었죠. 제재 완화를 기대했던 장마당 세력과 북-미 협상에 대해 기대를 했던 엘리트 양측이 실망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목되는 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4월 넉 달 간 북한에 4천t의 정제유를 공급했습니다.

또 러시아는 1-5월 기간 중 2만2천t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습니다. 이는 안보리가 정한 공급 한도의 42%에 달하는 겁니다.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한 중국과 러시아가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몰라도 대규모 경제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Little bit of food aid and little bit of gas..”

이처럼 지난 몇 년 간 계속되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제재를 푸는 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방안에 합의하고, 그 실행에 상응한 단계적 제재 해제 조치를 얻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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