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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시진핑 방북 3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 간의 평양 방문을 마쳤습니다.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북-중 관계는 물론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씨와 함께 20일 정오 순안공항에 직접 나가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았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중국 공산당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와 감격적인 상봉을 하시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항에서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가는 도중 여명거리에서 무개차(오픈카)로 갈아타고 평양 시가지를 누볐습니다. 21대의 오토바이가 경호를 했으며, 길가에는 평양 시민 25만명이 나와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습니다.

평양 시내 금수산 영빈관에 여장을 푼 시진핑 주석은 영빈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단독,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북한의 특급의전은 20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북한은 이날 시 주석과 평양 시민 1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집단체조 ‘불패의 사회주의’를 공연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북한은 카드섹션으로 중국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시진핑 주석의 얼굴을 형상화했습니다. 또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영상도 상영했습니다.

국 관영 `중앙-TV’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서 ‘가장 존중하는 중국 귀빈’으로 불리며,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전통적인 동맹관계로 복원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작년 3월부터 1년 3개월 간 정상회담을 다섯 번이나 했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 다르고, 시진핑 주석이 주석 직함으로 평양에 간 것이 처음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평양에서 시 주석을 만난 것은 처음이고,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가장 주목할 것은 한반도 정세가 3자 구도에서 4자 구도로 바뀐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2년 간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북한이 주도하고 한국이 중재하는 3자 구도 속에서 진행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틀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는 데다, 한반도 문제에 항상 참여해왔다며 구도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China always importnatn player..”

평양 방문을 마친 시진핑 주석은 오는 28일부터 이틀 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납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비핵화 협상의 다자체제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이 자리에서 모종의 핵 협상 중재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그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지금 미-북 간에 의사소통 통로가 없는 것도 아닌데, 김정은이 친서를 보낼 수도 있고, 특사를 보낼 수도 있는데, 굳이 시진핑을 통해 그럴 필요가 있나는 생각이 들고.”

전문가들은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이 상당한 외교적 이득을 봤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자신의 정치적, 외교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우군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은 자신들이 구상했던 평양-베이징-모스크바를 잇는 북방 삼각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김정은 위원장은 조만간 재개될 미-북 비핵화 협상에 좀더 강경한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려면 안전보장과 평화체계 구축, 그리고 경제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외교적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은 미국에 ‘단계적, 동시적’ 원칙에 따라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김정은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얘기해 왔던대로 연말시한을 못박으니, 미국에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나오라,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신호를 강하게 발신하는 것이고..”

중국의 경제 원조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2016년부터 11차례에 걸처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제재에 찬성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대놓고 대북 제재를 위반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중국이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북한에 대해 식량이나 비료 지원을 할 가능성은 크다고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May be corn or fertilizer..”

또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눈감아 준다든가 북-중 접경지대의 밀수 단속을 느슨히 해서 북한경제에 숨통을 터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을 돕기 위해 중국이 관광객을 대거 평양에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AFP’ 통신은 최근 중국인들의 북한 여행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시 주석 방북을 통해 미국에 ‘북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타이완, 홍콩, 인권 등을 문제삼아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 미국에 맞대응 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 주석의 방북으로 인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던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습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했던 일정은 남북4차 정상회담-미한 정상회담-미북3차 정상회담 순이었습니다.

남북한 정상이 먼저 판문점 등에서 만나 비핵화 중재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미-북 3차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복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겁니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22일부터 27일까지 단 엿새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청와대가 추진하는 남북정상회담은 힘들어졌다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중 4각 외교전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21일 평양에서 막을 내린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는 주요 20개국 정상회담 (G20)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 문제를 논의할 전망입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미-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합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지난 넉 달 간 교착 상태에 있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미-한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상회담이 3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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