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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 외무성이 훨씬 경직…지리한 과거 협상으로 돌아갈 것”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북한의 대미 협상팀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 중심으로 교체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무게중심이 외무성으로 옮겨갈 경우 진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 국무부 고위 관리가 내다봤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의 최측근 노동당 인사들 보다 전문 외교관들의 유연성이 훨씬 제한돼 있던 것을 자주 경험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겠다는 것이 북한의 목표라면서, 미 정부가 목표를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동결로 낮췄을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실무협상의 북측 카운터파트가 외무성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화 상대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뀌었다면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실제 그런 변화가 있다면 협상 상대가 북한 노동당 간부에서 직업 외교관으로 바뀌는 것이고 익숙한 얼굴들을 협상 테이블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협상 모델로 돌아간다는 것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노동당 고위 관리들이 외무성 관리들보다 북한 지도자와 더 가깝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은 이렇게 김정은과 보다 잘 연결된 노동당 관리들이 협상을 이끌어 왔고요, 새 모델은 북한 지도자로부터 한 단계 더 떨어져 있는 외무성이 주도하는 것인데 지켜봐야 할 겁니다.

기자) 오랫동안 북한 관리들과 접촉해 오셨는데, 개개인의 특성이나 협상 방식 면에서 통전부와 외무성 간에 많은 차이를 경험하셨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제 경험상 외무성 사람들은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성실하며 아는 것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정치와 외교적 역학 관계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수년 동안 그들과 접촉하면서 지도자를 둘러싼 핵심 측근에서 한두 단계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전달하는 입장도 가령 북한 지도자와 밀접하게 일하는 노동당 관리들이 전달할 법한 내용만큼 권위를 갖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기자) 하지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외무성 출신들에 비해 오만하고 협상하기 힘든 인물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하지만 저는 협상 초기 김영철이 북한 측 상대로 나섰을 때 이를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직설적이고 논쟁적이며 신랄한 그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이유는 김정은의 최측근과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건 북한 지도자의 생각과 우선 순위를 훨씬 더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 외교관들의 임무는 ‘협상’이고, 협상과 관련해 심지어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합니다. 김영철은 그런 게 우선 순위가 아니었고요. 따라서 저는 김영철을 문제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최측근 인사로서 그의 역할에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김영철을 대신할 것으로 점쳐지는 리용호 외무상도 상대하신 적이 있죠?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리용호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고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외무성 전임자들보다 최측근에 더 가까운 듯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리용호가 이끄는 외무성과는 종전과 다른 경험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매우 세련됐고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주로 자기 비하적인 유머가 매우 흥미로웠고 상당히 솔직했습니다. 직선적이지만 책상을 마구 내리치는 방식이 아니라 예의 바르고 공손한 태도를 지녔죠. 그와 3~4차례 만났는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북한 지도자가 뭘 원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고 상당히 효율적으로 일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와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말이죠.

기자) 그런 특징 때문에 외무성이 통전부를 대체할 경우 협상에 보다 속도가 붙고 소통의 어려움이 좀 줄지 않겠느냐, 그런 기대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과거 외무성과 상대할 때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미 정부 동료 관리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꽤 고위직 북한 외교관이 협상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으면 이미 실패를 의미한다고요.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수년 동안 얻고 싶었던 대답을 듣는 가장 믿을만한 방안은 접촉이 가능한 최고위층 인사와 직접 상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최측근인 군부와 노동당 인사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바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우리는 이제 그렇게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외교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수년 동안 우리가 북한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듣도록 만든 건 사실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북한이 핵 포기를 조건으로 받아들일 만한 미국의 유인책이 존재하는가’였고, 북한의 대답은 ‘노’였습니다. 북한의 최고위층으로부터 이 대답을 들은 건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은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기자) 결국 협상 상대가 다시 외무성으로 바뀌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시는 거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한 외무성이 실제로 협상을 총괄하게 됐다면, 다시 한번 길고, 지루하고, 논쟁적이고, 질질 끄는 협상을 하게 만드는 어떤 장치를 마련할 겁니다. 그리고 이는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끝날 것이고요. 우리는 이미 북한이 내민 최종 결산 결과를 알고 있고, 하노이에서 이를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남겠다는 것이고 미국으로부터 그런 현실을 인정받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입니다.

기자)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와 맥을 같이하는 진단으로 들리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항상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동결시키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도중에 짧고 잠정적인 단계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동결을 하나의 단계가 아니라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받아들이는 최종 상태로서 논의 중인 것처럼 보도했는데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의 정책이 뒤바뀐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제 느낌으로는 사실일 수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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