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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핵 전문가 올브라이트] "동결, 핵연료사이클 멈추는 중대 조치…미 정책 변화 아냐"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난해 10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북한의 핵 동결은 ‘핵 연료 사이클’을 모두 신고하고 중지해야 하는 비핵화의 필수 절차인 만큼 ‘스몰딜’이 아니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개념도 아니라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문제안보연구소 소장이 지적했습니다. 핵 전문가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에 참가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5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워싱턴에서 부각되는 ‘핵 동결 협상안’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핵 동결은 우라늄 채굴에서부터 보유 핵무기와 관련 물질에 대한 신고와 생산 중단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절차로 미국이 북한에 이미 요구한 조건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과 새로운 협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북한 핵의 동결을 검토 중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기존 비핵화 전략과 다른 접근법으로 읽어야 하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미 행정부는 이미 동결이 최종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보다 광범위한 비핵화 약속의 일부라는 겁니다. 심지어 존 볼튼 국가안보 보좌관이 모든 핵무기 폐기를 하려고 해도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거쳐야 합니다. 북한이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 중인 만큼 여전히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욕조를 채운 물을 빼기 위해선 우선 틀어놓은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합니다. 이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 동결이고, 무엇을 하든 이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자) 비핵화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동결이라면 이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요구한 조건 그대로 아닌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그렇다고 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가 잘못 이해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하노이에서 주장했던 것은 ‘부분적 동결’이었고 무엇을 동결하지 않을 지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하노이에서 다뤄진 큰 이슈는 동결 자체가 아니라 미국은 ‘부분적 동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무기급 우라늄과 핵무기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모든 핵 관련 활동을 동결하고 검증 받는 다면 커다란 조치이고, 북한은 아직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게 소위 ‘스몰딜’이라고 해도 ‘작은’ 조치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작은 조치가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도 이를 ‘스몰딜’로 표현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북 협상의 문제점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 입니다. 제가 지금에 와서 알게 된 건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그리고 핵무기를 어디에서 만드는지 말하기 전에는 절대 그런 신뢰를 쌓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이를 신고하고 동결하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미국이 양보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기자)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북한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동결해야 합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우선 영변 내 모든 시설의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라늄 광산에서의 채굴 활동과 농축 시설 역시 모두 멈춰야 합니다. 핵물질을 공급하고 육불화 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 영변 바깥에 있는 다른 종류의 우라늄 전환 시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핵 연료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모든 과정, 즉 ‘애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모두 신고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는 별개로 핵무기 생산도 신고하고 중단해야 합니다. 동결이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없애지는 못하는 만큼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동결은 다음 단계인 비핵화 협상에 돌입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 조치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누가 거대한 조치가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기자) 북한이 그런 종류의 동결을 받아들인다 해도, 말씀하신 대로 관련 시설이 모두 파악된 건 아닙니다. 제2, 제3의 비밀 시설이 있다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맞습니다. 따라서 감시관들의 현장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고요. 미국의 감시팀이 신고와 동결 조치가 이뤄진 시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들어가면 좋겠지만 북한이 허용할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아직 비밀 신고를 신고하지 않았지만 동결은 본질적으로 핵 연료 사이클의 신고를 요구합니다. 북한과 이걸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협상해야 합니다. 우라늄이 얼마나 채굴됐고, 어느 정도 양이 육불화 우라늄으로 전환돼 원심분리기 시설로 보내졌는지 등 핵 연료 사이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기자) 그런 사찰의 전례는 분명히 있지요?

올브라이트 소장) 이게 바로 IAEA가 하는 일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1990년대 이라크, 그리고 이란에서도 사찰 활동을 벌였으니까 새로운 건 아닙니다. 다만 해당국이 동의를 해야 가능한 활동인 만큼, 사찰에 대한 조율이 동결 이후의 절차가 될 겁니다.

기자) 그러나 북한이 그런 ‘동결 이후의 조치’를 계속하리라고 확신할 순 없지 않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그래서 제재를 유지하는 겁니다. (동결이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경제적 대가가 뒤따를 순 있고, 새로운 제재는 부과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 가해야 합니다. 이란의 경우, 우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일부 핵물질 재고를 줄이는 대가로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이란 핵합의가 타결되고 실제로 이행된 뒤에야 제재가 해제됐고요. 이미 잘 알려진 이란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었죠. 하지만 공개된 적이 없는 북한의 핵 연료 사이클을 동결시키는 것은 커다란 조치이고 따라서 동결의 대가가 주어져야 합니다. 다만 그게 제재 완화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기자) 동결 이후 이어져야 할 비핵화의 기술적 수순은 뭡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모든 시설과 활동이 신고되고 검증되는 어려운 단계를 지나고 나면 그런 시설과 핵무기를 폐기하는 절차에 들어갑니다. 이것이 최종적이고 최대의 조치가 되겠지만 기술적으로는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핵무기의 경우 주요 요소를 파괴함으로써 1~2주에 한 개씩 폐기할 수 있습니다. 핵물질 문제가 남는데, 플루토늄의 경우는 외부 반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겁니다. 무기급 우리늄의 경우 천연우라늄 상태로 농도를 낮추고, (우라늄 농축의 부산물인) 열화 우라늄은 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해 반출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그런 수순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동결 거래는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 외교의 승리라는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 그런 우려는 없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그래서 제재를 해제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인도가 1998년 재차 핵실험을 한 뒤 파키스탄도 뒤따라 핵실험을 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후 미국 등의 제재로 핵실험 동결을 선언했지만 몇 년 뒤 제재가 해제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떠올랐습니다. 북한도 이 길을 가려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동결은 중간 조치이고 제재 완화가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과는 협상 보다 제재 강화가 낫습니다. 북한이 파키스탄의 전철을 밟을 경우 동결에 합의한 뒤 제재 해제가 이뤄지면 2년쯤 뒤에는 이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문제안보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북한 핵 동결의 의미와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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