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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 "북한 전역 핵물질 동결 필요…‘친서외교’, 실무급 확대돼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미-북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단계적’ 접근법에 보다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가 밝혔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24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되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중간 단계에서 일단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동결하고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영구 금지한 뒤 이에 걸맞는 보상을 제공하라는 제안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친서외교’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소통이 비핵화 협상을 실제로 진전시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인혼 전 특보) 적어도 소통 창구를 열어놓는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그런 창구가 최정상급 간에만 열려있습니다. 실무급 간의 창구가 열리는 것이 더 중요한데 북한은 그런 선에선 관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정상 간의 “아름다운 편지”가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낫지만 미-북 간 소통은 현재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기자) 과거 미 행정부에선 미-북 정상 간 직접 소통과 접촉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까?

아인혼 전 특보) 전임 행정부들에선 미-북 최고위급 간 접촉은 꺼렸습니다. 대신 ‘뉴욕채널’등 그보다 낮은 급에서 관여하는 걸 선호했지요. 최고위급 간의 관여는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경우를 위해 남겨뒀던 겁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정상급에서 시작한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기자) 그런 접근을 문제점으로 보시나요?

아인혼 전 특보) 가장 최근 서신 교환의 문제점은 서신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기 위한 발언인지 아니면 실제로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재의 교착국면이 시작된 건데요. 미국이 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도 있었을까요?

아인혼 전 특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그런 제안을 거부한 건 잘한 겁니다. 영변 핵시설과 가장 중요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맞교환 하는 건 공평하지 않은 것이고 이를 거절한 게 옳습니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포괄적인 제안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그리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제안해 북한을 회유했어야 합니다.

기자) 잘게 쪼개서 주고받으려는 북한의 전략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던 전례가 있는데, 영변 핵시설 폐기도 그런 범주에 넣으시는 겁니까?

아인혼 전 특보) 그렇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핵 협상의 너무 작은 조각입니다. 북한이 영변 폐기 약속을 지킨다 해도 북한의 핵물질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이 영변 바깥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영변 폐기가 중요한 단계이긴 하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의 핵물질 재고를 동결시키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럼 영변 시설 폐기 외에 어떤 요구가 추가돼야 합니까?

아인혼 전 특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라는 거창한 제안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대신 북한 전역에서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금지해야 합니다. 여기에 현재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를 영구 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실질적인 조치이고, 뭔가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조치입니다.

기자) 미-북 정상 간 친서가 오가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소위 ‘영변 플러스 알파’를 고려하는 게 아니냐, 그런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아인혼 전 특보)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는 영변 이외 시설의 핵동결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그가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핵협상은 없습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유망한 접근법에 대해 특히 중국, 한국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영변 폐기는 넘어서되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폐기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접근법 말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법’에 대해 유연성을 보인다면 중국도 협조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북한이 ‘동결’ 혹은 ‘제한’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중국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해야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조치 때마다 제재를 완화하라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이런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을까요?

아인혼 전 특보) 미국 정부가 보다 현실적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단계적 조치 때마다 북한에 대가를 제공하는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의 가치만큼만 보상 하자는 거죠. 가령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는 데는 그렇게 큰 대가를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변을 넘어 북한 전역에서 핵물질 동결을 중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면 상당한 대가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보통의 경우는 실무협상을 통해 그런 가능성을 타진하는 건데 지도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북한과 상대할 때 실무협상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네요.

아인혼 전 특보) 먼저 실무협상을 통해 여러 제안과 옵션을 논의한 뒤 보다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 간, 혹은 정상회담 단계로 말이죠. 하지만 보다 아래급 관리들 간 일종의 준비 회담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간혹 깜짝 발언도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협상 상대로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인혼 전 특보)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새로 제안할 게 있고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를 파견하니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을 내가 보증한다’ 이런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에 담는 겁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주말 한국을 방문하는데요. 이 기간 동안 미-한 동맹 간 북 핵 협상과 관련해 어떤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인혼 전 특보)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백악관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공유했기를 바랍니다. 김 위원장이 긍정적 내용이 남겼다고 말한 친서에 대해 한국이 몰랐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먼저 만나 중국에 대한 접근법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시진핑 주석과 나눈 정확한 대화 내용을 나중에라도 문 대통령과 논의해야 합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로부터 미-북 핵 협상에 대한 진단과 제안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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