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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선언 1주년] 1. 진전 없는 4개 항 공동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열고 6.12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양측은 어느 한 분야에서도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대화 마저 중단된 상태입니다. VOA는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 기획보도를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북 공동성명의 현 주소를 살펴봅니다. 박승혁 기자입니다.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 등 모두 4개 항으로 구성됐습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미국이 북한의 우선적인 비핵화를 요구했던 이전 합의들과 달리 관계 개선과 평화 정착,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미-북 간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인식을 같이 한 것은 공동성명의 이행에 청신호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양국 간 상호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공동성명의 4개 항 합의는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조항인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은 최종 지향점인 국교 수립과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과거의 적대적인 미-북 관계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없지 않습니다.

양국은 싱가포르 이후 수 차례의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고위급 회담을 열었고, 그 노력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양국이 서로의 지도자를 ‘로켓맨’이나 ‘늙다리’로 부르며 인신비방성 욕설과 협박을 주고받던 2017년에 비해 관계가 한층 나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양측은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비핵화 협상은 전혀 재개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계속해서 불법 환적을 통해 제재를 위반하고, 미국이 북한 선박을 억류하면서 위기 상황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 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미국에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한국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애틀랜틱 카운슬 특별연구원은 북한의 그런 태도가 미국의 정책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I don’t think the United States is going to yield to an ultimatum, and certainly not going to back down on its big deal approach that it’s laid out in Hanoi.

미국이 최후통첩에 굴복하거나, 하노이에서 제안한 ‘빅 딜’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두 번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최종 목표인 평화협정은커녕 종전 선언이나 군사적 긴장관계 완화 단계조차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지시하고,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철수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는 분명히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적 대립 상태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군 역량에 어떠한 검증된 변화도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에이브럼스 사령관] North Korea's conventional and asymmetric military capabilities, along with their continued development of advanced conventional munitions and systems all remains unchecked, these capabilities continue to hold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our regional allies at risk.

현재 북한의 재래식∙비대칭 군사 역량, 재래식 군수용품과 시스템의 개발에 변함이 없으며, 이같은 북한의 역량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역내 동맹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이에 더해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 고조 행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인 제3항 ‘한반도 비핵화’ 역시 1년이 지난 지금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핵과 관련된 시설에 대해 조치를 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뿐입니다.

그나마 사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완전히 폐쇄됐는지 여부를 외부에서 검증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 국무부는 풍계리 폐쇄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영변 등 핵 시설에서 핵 분열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핵 역량이 1년 전보다 발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입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If they fully operate all the centrifuges which they had in the unknown locations, maybe enough for 1 or 2 nuclear weapons.

북한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시설의 원심분리기까지 모두 가동했을 경우 지난 1년 간1~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만큼 핵 물질을 생산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랜덜 슈라이버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역시 미국의 핵심 우려이자 관심사인 북한 비핵화 분야에서 지금껏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했습니다.

[녹취: 랜덜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 On our core area of interest and concern of denuclearization, we have not seen any progress to speak of.

마지막 조항인 ‘미군 유해 봉환’은 처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는 듯했으나 역시 답보 상태에 빠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숫자 미상의 미군 유해를 55개 상자에 나눠담아 미국에 돌려보냈지만, 이후 공동 유해 발굴 논의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지난달 초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다”며 “2019년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재개를 위한 북한 인민군과의 협의 노력은 중단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국전쟁 전쟁포로·실종자가족연합회의 릭 다운스 회장은 이달 초 발간된 연합회보에서 “유해 발굴 논의를 고위급 회담에서 독립 주제로 다루고, 관련 행위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릭 다운스 회장] Elevate the fate of the missing men to a stand-alone issue worthy of regular discourse at the highest level of government. Exempt the mission from sanctions.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기획보도, 내일은 6.12 정상회담 이후 미-북 양측의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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