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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 사무총장 “북한, 옵서버 자격으로 CTBT 가입해야”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 CTBTO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이 26일 VOA와 인터뷰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 CTBTO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이 26일 VOA와 인터뷰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 CTBTO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이 북한에 옵서버 자격으로 이 기구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안전보장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먼저 참관인 자격으로라도 조약에 가입해 비핵화로 가는 첫 발을 떼자는 것입니다. 워싱턴을 방문한 제르보 사무총장을 25일 박승혁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CTBTO는 북한의 비핵화 검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배경이 뭔가요?

제르보 사무총장) “핵 실험장과 핵 시설 등의 폐기를 중립적이며 공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이기 때문입니다. 유엔 산하기구인 CTBTO는1997년 출범 이후 핵실험장 일대 시료 채취, 지질조사 등에서 20년 넘게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러시아 등 핵 보유국에도 핵과학자와 전문가 집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검증을 불편부당하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CTBTO 뿐입니다.”

기자)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제르보 사무총장) “북한 비핵화의 시작점은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입니다. 지난해 5월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과연 완전히 불능 상태가 됐는지, 재가동 가능성은 남아 있는지, 또 그곳에서 그동안 어떠한 실험들이 진행됐는지 아직 국제사회는 알지 못합니다. CTBTO는 해당 지역의 지질학적 물리학적 관측을 통해 그런 것들을 측정할 능력과 공신력을 갖췄습니다. 또 CTBTO는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 데이터센터에서 전 세계 핵실험 동향을 모니터하고 있는데,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부터 2017년 6번째 핵실험까지 전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불행히도 21세기 들어 핵무기 폭발실험을 감행한 나라는 북한뿐이라, CTBTO에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자료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기자)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역할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제르보 사무총장) “CTBTO와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 NPT의 틀 안에서 상호 보완하는 관계입니다. IAEA는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등의 과정에서 핵 분열물질이 정상적인 범주 내로 생산되고, 평화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지 관리감독합니다. 정상적 범주를 벗어나 핵무기 개발용으로 실험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CTBTO가 임무를 맡습니다. 우리 데이터망 하에서는 어떤 나라도 비밀리에 핵실험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CTBTO와 IAEA 둘 다 검증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대통령들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데, CTBTO 가입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연락 받은 적이 있나요?

제르보 사무총장)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CTBTO의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고 북한에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7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발의 20주년을 기념해 북한에 가입을 권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하는 나라들이 CTBTO의 도움을 요청한다면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끝까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제르보 사무총장) “북한은 여느 국가가 그러하듯 체제생존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닙니다. 우리는 회원국 공동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우려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의 CTBT 서명까지 가는 길에 신뢰를 쌓는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안보 우려 때문에 CTBTO 가입이 망설여진다면 우선 옵서버, 즉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최근 외교 무대에서 북한은 “안보가 담보된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우리 같은 국제기구는 개별 회원국의 안보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있는 겁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의 CTBTO 가입을 함께 권유해준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안전하게 비핵화를 향해 갈 수 있습니다.”

기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나라가 실제로 있나요?

제르보 사무총장) “파키스탄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국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핵 확산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의에 참여하고, 회원국들과 의견을 나누며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핵실험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북한도 이렇게 첫 발을 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으로 2013년부터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를 이끌고 있는 지구물리학자 제르보 사무총장으로부터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승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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