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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또 부결...미, 중국군 타이완 도발에 '경고'


2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브렉시트 반대론자가 시위하고 있다.
2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브렉시트 반대론자가 시위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 방안에 관한 투표가 또 부결됐습니다. 이 문제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현지 언론이 평가 중이고요. 미국 고위 안보당국자가, 타이완 영공을 침범한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이 터키에 F-35 전투기 부품 인도를 중단하는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 방안에 관한 투표가 또 부결됐다고요?

기자) 네. 영국 하원이 1일, 브렉시트를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의원들이 내놓은 4가지 안을 상정했는데요. 모두 부결됐습니다. BBC 방송은 브렉시트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설명했고요, 텔레그래프 신문은 영국 정치권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의향투표’가 뭔가요?

기자) 특정 안건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원들의 ‘의향(indication)’을 묻는 겁니다. 영국 의회 특유의 제도인데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진행자) 자주 있지 않았던 ‘의향투표’를 이번에 진행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테레사 메이 총리가 상정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연거푸 거부됐기 때문입니다. 메이 정부는 유럽연합(EU) 측과 교섭을 통해, ‘브렉시트’ 합의문과, 부속 문서 격인 ‘미래관계 선언문’에 지난 연말 서명했는데요. 의회에 추인을 요청했지만, 세 차례나 부결됐습니다. 그래서, 대안이 뭔지 의원들에게 물은 겁니다.

진행자) 의원들이 내놓은 대안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기자) 우선, 아무 조건없이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가든지, 아니면 브렉시트를 취소하자는 안건이 있었는데요. 찬성 191, 반대 292, 큰 표차로 부결됐습니다. 또, 브렉시트 합의문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찬성 280, 반대 292표로 역시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대안이라기보단, 앞으로 브렉시트 과정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관한 안건들이네요?

기자) 구체적인 대안도 있었습니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고, EU 시민들의 거주· 이동 자유를 보장하자는 안이 있었는데요. 노르웨이와 EU의 관계를 본뜬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브렉시트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이 높았고요. 찬성 261, 반대 282표, 상당한 격차로 부결됐습니다. 해당 안건을 상정한, 집권 보수당 닉 볼스 의원은 “더 이상 이 당에 있을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가장 찬성 비율이 높았던 안건은 뭔가요?

기자) 영국 전체가 영구적으로 EU 관세 동맹에 남자는 안입니다. 찬성 273, 반대 276, 불과 3표 차로 부결됐는데요. 지난주 첫 번째 의향투표 때는 8표차였다가, 찬성율이 높아진 겁니다.

진행자) ‘관세동맹’ 구상에 의회가 가장 호의적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관세동맹’은 브렉시트 합의문 추인이 계속 거부된 이유와도 연결되는데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영국 땅인 북아일랜드와, EU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을 통제해야 됩니다. 그래서 북아일랜드 일대를 EU 관세동맹으로 둬서, 통관 절차 등을 생략하자는 항목이 브렉시트 합의문에 들어있는데요. 그러면,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이 아닌거냐, 다시 말해 ‘영토의 완결성’을 해치는 조항이라며, 의회가 거부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전체가 관세 동맹에 들어가자고 제안한 겁니다.

진행자) 어쨌든 모두 부결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오는 3일, 의향투표를 다시 진행할 전망입니다. 그렇게 되면, 찬성율이 높아진 관세동맹 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망하고 있는데요. 이와 별도로, 메이 총리 측은 다음 날(4일) 브렉시트 합의문 추인을 네 번째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과정이 쉽지 않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탈퇴를 결정하고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요. 원래 브렉시트를 마무리 해야하는 시한이 지난달 29일이었다가, 오는 12일로 연기됐습니다. 영국 의회에서 합의문 추인을 못 하면서, 메이 정부가 EU 측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건데요.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한 전에 매듭을 못 지으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EU 측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2일 말했는데요. 노딜이 될 경우, 영국이 개별 EU 회원국들과 일일이 경제· 사회협정을 다시 맺어야 되기 때문에, 큰 혼란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반면에 어떤 식으로든 합의문이 추인되면, 시한은 5월 22일로 연장되는데요. 영국이 아예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시키고, 이달 말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EU 측에 시한을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이날(2일) 밝혔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고위 안보 당국자가 중국을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의 군사적 도발은 타이완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1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행동은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결의를 강하게 할 뿐”이라고 경고했는데요. “타이완 관계법과, (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란 게, 뭘 가리킨 겁니까?

기자) 앞서 중국 전투기가 타이완 상공에 진입한 사건을 말합니다. 지난달 31일, 푸젠성 푸저우시 ‘이쉬’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젠-11 전투기 4대가 펑후섬 부근 타이완해협 중간선을 넘었는데요. 중국 전투기가 이 선을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입니다. 중국 전투기들은 줄곧 비행하다가, 타이완 본섬 100해리(약 185km)까지 접근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측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초계 비행 중이던 공군 IDF 전투기 2대를 긴급 파견했습니다. 중국군 전투기 4대 가운데 2대는 경고 신호를 받고 돌아갔지만, 나머지 2대는 불응한 것으로 타이완 언론이 보도했는데요. 상공에서 양측 전투기가 10여 분간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나왔나요?

기자) 네. 타이완 정부 각 부처가 중국에 항의했습니다. 외교부는 "의도적이고 무모하며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고요. 국방부도 "지역 안정과 평화를 훼손시킨다"고 했는데요. 이후 중국과 타이완 당국 간에 강한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어떤 설전이 있었나요?

기자) “중국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1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전군에 지시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타이완군이 자유와 민주를 선택한 2천300만 국민의 생존을 지킬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이후 ‘페이스북’에 적었는데요. 그러자 다음 날(2일), 중국 정부가 반발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타이완 지도자의 막말과 망언이 분노를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양안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볼튼 보좌관이 타이완 쪽에 힘을 실어준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볼튼 보좌관이 거론한 ‘타이완 관계법’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도 타이완과 교류를 유지하는 근거 법령인데요.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하고 있는 타이완과의 협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미국 언론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우자오셰 타이완 외교부장은 이날 볼튼 보좌관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볼튼 보좌관의 발언에,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타이완 관계법’ 자체가 이치에 안 맞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당초 일방적으로 타이완 관계법을 만든 것은 국제 관계의 준칙에 맞지 않고, 중·미간 3개 연합공보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말했는데요. ‘3개 연합공보’란, 미·중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맺은 기본합의 문건을 말합니다. 또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타이완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타이완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나요?

기자) 양 측 당국자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타이완 여행법’을 지난해 발효시켰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의 해외 순방에 미국을 경유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는데요. 차이 총통은 경유지에서 대중 연설도 했습니다. 또한 무기 판매도 확대하고 있는데요. ‘록히드마틴’이 만든 F-16Vs 전투기 60대를 타이완에 인도하도록, 미국 정부가 최근 사전 허가했습니다. 중국군이 이번에 타이완 상공에 진입한 것도, 여기에 반발하는 무력시위로 블룸버그 통신 등이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F-16Vs 전투기 판매가, 중국에서 볼 때 중요한 문제였나 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그 동안 타이완에 방어용 무기만 판매했고요. 최신예 전투기를 포함한 공격용 무기는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F-16Vs 전투기 인도 사전 허가는, 이런 기조를 변경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중국에서 볼 땐 불리한 상황입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 측은 “전투기 판매만으로 타이완의 군사력을 중국 수준까지 끌어올려 주진 않겠지만, 미국이 타이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정치적 효과는 확실하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F-35 전투기 조종석.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F-35 전투기 조종석.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이 터키에 전투기 부품 인도를 중단한다고요?

기자) 네. F-35 부품을 터키에 보내는 일정을 멈춘다고 미 국방부가 1일 밝혔습니다. F-35는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신 기종인데요. 터키 정부는 최근 30대를 주문한 상태고요. 총 100대 이상을 구매할 계획이었다고,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부품을 안 보낸다는 건, 전투기 구매 진행을 막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록히드마틴과 계약에 따라, 전투기 몸체와 착륙기어, 조종석 등은 터키에서 만드는데요. 여기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가져가야 F-35 공급이 완료되는 겁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부품 인도를 중단하겠다고, 터키 측에 수차례 경고해왔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부품 인도를 중단한 구체적인 이유가 뭔가요?

기자) 터키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들여놓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수년 동안 러시아 측과 S-400 방공 미사일 거래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지난주, “러시아 측과 구매 계약을 지킬 것이며, 인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사흘 만에, 미 국방부가 이번 조치를 취한 겁니다.

진행자) 미 국방부 발표, 구체적으로 들어보죠.

기자) “터키가 S-400 도입을 포기할 때까지 F-35 부품 인도를 중단하고, 해당 전투기의 작전 능력과 관련된 활동도 멈춘다”고 찰스 서머스 주니어 대변인이 설명했는데요. “터키가 (러시아에서) S-400을 도입한다면, (미국과 함께하는) F-35 프로그램 참여는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터키가 러시아에서 S-400 미사일을 들여놓으려는 이유는 뭐죠?

진행자) 주변 국가에서 미사일 공격을 끊임없이 받고 있기 때문에, 방공 미사일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터키 정부는 주장해왔습니다. 이 같은 입장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적극적으로 설명했는데요. 지난해 7월 나토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터키가 4년 동안 3차례, 시리아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F-35 프로그램 참여는 위험하다는 미 국방부의 판단, 근거는 뭡니까?

기자) S-400이 방공 미사일 체계라서, 대규모 레이더 체계를 수반하는데요. 이 레이더가 F-35 전투기와 B-2 폭격기의 스텔스 기능을 일부 뚫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F-35가 배치된 나토 회원국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미군 당국은 우려하는데요. 미 육군 4성 장군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나토 사령관은 “러시아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동맹과는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난달 미 의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진행자) 터키는 방공 미사일이 필요하다는데, 막아야 한다면, 대안이 있나요?

기자)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패트릭 셰너핸 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2일 기자들을 만났는데요. “패트리엇과 F-35를 갖추는 게 올바른 무기 체계”라고 터키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터키 측에서는 패트리엇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러시아 S-400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자세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터키 관계가 어려워지는 양상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터키는 원래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데요. 지난 2016년 터키 정부가 쿠데타를 진압한 뒤, 미국과 긴장을 높였습니다. 터키 측은 재미 이슬람 학자 펫흘라흐 귈렌이 쿠데타를 조종했다면서, 송환을 요구했는데요. 미국은 증거가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터키 당국은 또한, 현지에서 선교하던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쿠데타 세력을 도왔다면서, 사건 직후 구속시켰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요구로 지난해 석방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지속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단행한 제재로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터키 경제가 곤란을 겪는 중인데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상품 불매를 촉구하며 맞섰습니다. 하지만, 현지 여론은 에르도안 정권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주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수도권을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정권의 정국 운영이 영향을 받겠네요?

기자) 하지만, 정의개발당 측이 결과에 불복하면서 최종 개표 공개는 연기됐습니다. 또한 핵심 선거구들에 3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야당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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