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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비어 전 부차관보] "미 정부, 협상목표 비핵화에서 ICBM 제거로 전환한 듯"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미국 정부가 대북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0일 VOA 인터뷰에서 이런 목표 전환은 의회와 대다수 미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아시아 동맹국들의 우려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90년대 '평양 연락사무소' 대표로 내정됐던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당시 북한과 진행한 연락사무소 논의 상황도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소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이어졌는데요,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솔직히 모든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습니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에서 봤듯이, 진짜 결정은 회담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과거에도 양측이 연락사무소 개최에 합의한 선례가 있는 만큼,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 추가적 군사 관련 합의 보다는 쉬운 상응 조치일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소를 얼마나 가치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과거 북한은 여기에 그리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기자) 당시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소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지금도 그렇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우선 순위가 따로 있습니다. 당시에도 경제 제재 해제 등 미국의 대북 압박을 제거하는 것을 더 우선시 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당시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체계 개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렇다면 1990년대 미국과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어느 단계까지 논의를 진행했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당시 북한을 몇 차례 방문해 실행계획을 논의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현지 인력 구성, 사무소와 관사 위치 등에 관한 초기 구상이 있었습니다. 또 필요한 물자 등을 서울주재 미국대사관으로부터 판문점을 거쳐 반입할 생각이었지만, 북한 군부가 그런 계획을 반대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연락사무소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습니다. 또 당시에는 '제네바 합의' 이행을 위한 양자와 4자 회담이 진행 중이었는데, 사실 미국도 폐연료봉 재처리 등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막는 데 집중하는 게 최우선 순위였습니다.

기자) 당시 인력 구성과 사무소 위치와 관련해선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초기 약 5~6명의 팀을 꾸렸습니다. 대부분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반도 특히 북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북한 정세에 대한 보고와 대북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일종의 '작은 대사관'처럼 운영할 수 있는 인력들이었죠. 북한은 연락사무소 부지로 주로 옛 동유럽 공산권 국가의 대사관 지역 건물들을 보여줬는데, 구 동독 대사관 건물과 관저가 가장 괜찮았습니다. 북한과 잠정적으로 합의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그 건물에는 지금 영국대사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 혹시 당시 연락사무소 경비 문제도 북한과 논의했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현지 국가는 경찰이나 인력을 통해 외국 공관 지역을 경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연락사무소 내부 경비는 미국 인력들이 맡고요. 하지만 당시 이 부분까지 논의할 만큼 진전은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 논의가 된다면 서울이나 베이징 미국대사관의 경우처럼 미국이 평양 연락사무소에 자국 해병대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북한이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들을 북한과 논의해야 할 겁니다.

기자) 만약 이번에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한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리라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미국 정부가 연락사무소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기 원하는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다만 과거 저희가 구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락사무소가 개소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시설 폐기 등의 임무를 맡게 될 미국 전문가와 사찰단, 기술자 등의 활동과 현장 접근을 지원하는 역할이 분명 주어질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와 불능화와 관련해 북한과 어떤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것들이 이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 등이 북한이 뭔가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요, 제재 완화에 부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핵시설, 핵 역량, 핵 보유량, 핵무기 규모 등을 포함한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입니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 함께 사찰을 동반한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최소한 영변 핵시설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만, 영변 외에의 시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전적으로 어떤 순서로 진행하느냐, 또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신고를 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단지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고, 폼페오 장관은 "미국에 대한 위험 감소를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 정부가 불가능할 수 있는, 혹은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비핵화로부터 목표 수정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더 단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 예를 들면 미국민과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 제거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초기 우선순위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은데요, 매우 흥미롭지만 동시에 아주 문제 있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ICBM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은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 역량을 그대로 남겨놓게 될 겁니다. 이건 한국과 일본, 아시아 주둔 미군 기지 등에 위협이 됩니다. 이건 미국의 안보와 아시아 동맹국의 안보를 분리하는 접근이기 때문에 일부 동맹국은 수용하기 어려운 합의일 겁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허용하고 '동결'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주장하고 있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그 말은 북한의 영구적인 핵무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 비슷하며, 위험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데요, 대통령이 만약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런 주장들은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미국 전략의 목표를 비핵화에서 비핵화보다 낮은 그 무엇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하지만 다수의 의원은 물론 많은 미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로부터 과거 미-북 연락사무소 추진 상황과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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