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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유엔 관계자·탈북민들 “설 명절, 남북한 여행의 자유 풍경 대조적”


설날 연휴 귀성길에 오른 서울 시민들과 설을 맞아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에 헌화하러 가는 평양 시민들.

설 명절에 남북한 주민들의 여행 풍경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유엔 전문가와 탈북민들이 지적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은 여행을 위해 허가증과 뇌물이 필요하다며,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함경북도 출신 현미 씨는 최근 설 연휴를 맞아 일본을 여행했습니다.

[녹취: 현미 씨] “명절 때는 남들이 많이 본집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저희들은 갈 곳이 없으니까 친구들이랑 뭔가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여행을 더 가는 편이죠. 저같이 젊은 친구들은. 가까운 곳은 일본 아니면 겨울이니까 동남아도 많이 가는 편이에요.”

몇 백 달러 정도만 모으면 가까운 나라들을 쉽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명절이면 해외로 여행 가려는 젊은 탈북민들이 더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탈북민 애니 씨는 한국 여권을 통해 느끼는 자유가 아주 특별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애니 씨]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자유를 느끼죠. 비행기도 볼 수 없는 곳에 살다가 여기 한국에 와서 여권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국가를 갈 수 있다는 것!”

영국의 다국적 법률업체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지난달 발표한 여권 지수를 보면 한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189개국. 이는 조사대상 199개 나라 가운데 공동 2위로, 한국 여권만 있으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사실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때문에 연휴 기간이 긴 추석이나 설 명절 때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8일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한국인 142만 6천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것이며, 특히 지난 2일에는 22만5천 명이 공항을 이용해 일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공항 측은 밝혔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방송매체들이 명절 연휴에 공항에서 소식을 전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녹취: 한국 방송 보도들] “명절 연휴 이용객으로 북적이는 공항 모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아프리카에 갑니다…이탈리아에 갑니다. 미국도..”

애니 씨는 여행이 마치 오아시스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애니 씨] “오아시스인 것 같아요. 여기서 살다 보면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다 보면 자기가 어디쯤 왔는지 모르는데 나갔다 오면 조금 힐링도 되는 것 같고 또 다른 문화를 본다는 게 다른 시선을 갖고 오고 각도가 좀 달라져 오기 때문에 가는 것 같아요.”

한국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 설 연휴 기간 총 이동 인원이 4천895만 명, 하루 평균 699만 명이며 교통수단은 승용차가 86.2%, 버스 9%, 철도 3.9%, 항공기 0.6%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언론은 ‘민족대이동’ 이란 표현을 쓰고 담당 장관이 직접 나서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발표하는 것도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녹취: 김현미 장관]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하루 평균 699만 명, 설 당일에는 최대 885만 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최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와 시원하게 뚫린 많은 고속도로를 통해 한국인들은 고향을 방문해 성묘하고 곳곳으로 여행도 다닙니다.

한국에 정착한 3만 2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처음에 가장 놀라거나 낯설어하는 한국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명절 풍경입니다.

탈북민 현미 씨입니다.

[녹취: 현미 씨] “그 쪽은 가려면 엄청난 제약이 있으니까 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죠. 하지만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보고 싶은 곳, 가고 싶은 데 다 가는 거니까 큰 남북한의 차이죠.”

북한의 “일반 주민이 명절에 해외는커녕 국내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남북한의 현실을 비교하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녹취: 현미 씨] “교통이나 이런 것들이 잘 안 돼 있으니까 사람들이 다니는 것에 대해 길 나가면, 밖을 나가면 고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또 어디에 가려면 증명서 발급한다든지 지역을 벗어나려면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가려고 생각조차 안 합니다. 정보가 오픈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가면 예쁜 게 있는지 그런 정보도 없고 여유, 즐기는 문화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열차와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인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주민의 이동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시나 폴슨 유엔인권 서울사무소장은 7일 ‘VOA’에 한국의 설이나 추석 등 명절 풍경은 남북한의 대조적인 이동의 자유 풍경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폴슨 소장은 이동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보안 등 특정 분야를 이유로 제약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폴슨 소장] “Freedom of movement is a fundamental right, of cause it can’t be limited within certain areas…”

나라 안팎에서 여행과 사업, 취업 등 이유로 개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세계인권선언이 모든 유엔 회원국 국민에게 보장하는 기본권리란 겁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와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정부가 성분을 토대로 거주지와 직장을 결정하며, 주거지역에서 벗어나는 일탈, 허가 없는 다른 지역 여행, 해외여행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폴슨 소장은 북한 정부가 주민의 이동의 자유를 계속 심각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개선 기미는 여전히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슨 소장] “we still hear that you need to get some kind of permission to travel…”

다른 지역으로 여행할 때 여전히 당국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뇌물을 바쳐야 하며, 특히 지방 주민의 평양 방문을 계속 철저히 통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것으로 문제가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폴슨 소장은 국민이 국가의 수도를 자유롭게 방문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은 지구촌 주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라며 거듭 북한 정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애니 씨는 북한의 친구들을 생각할 때면 가끔 자신이 자유를 너무 누리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든다며 하루빨리 친구들과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애니 씨] “많이 안타깝고 죄책감도 들죠. 어찌 보면 다 거기서 태어났는데 누구는 나와서 이렇게 누릴 수 있고 누군가는 못 나와서 절대 평생 상상도 못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데 대한 죄책감이죠. 이제 고향을 떠난 지 10년이 좀 넘었는데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같이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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