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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인정...독일-프랑스 새 친선협정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3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3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인정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56년 만에 새로운 친선협정을 맺었고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에 일본에 간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과도 정부 지도자를 인정했다고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성명을 통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에 의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 국회가, 니콜라스 마두로는 불법이라고 선언했다”면서 “따라서 현재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공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경제적·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다른 나라들도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과도정부를 인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렇게 발표한 배경은 뭐죠?

기자) 이날(23일) 트럼프 대통령 성명에 앞서,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과도 정부 수반으로서 새로운 직무 수행에 착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행사하던 국가원수의 모든 권한을 자신이 인수한다고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온라인 중계로 공표했는데요. 이 같은 선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와 승인의 뜻을 밝힌 겁니다.

진행자) 과이도 의장 측과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유는 뭐죠?

기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조기 대선을 치러, 이달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요. 야당 유력 후보들의 출마를 봉쇄하고, 유령 유권자를 동원하는 등 불법· 부정 선거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대선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과 여당이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진 뒤, 국회를 대체할 ‘제헌의회’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은 마두로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경제 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진행자)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기자) 시위대는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모여 마두로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습니다. 얼마나 모였는지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는데요. 마두로 대통령 측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23일은 지난 1958년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무너진 날인데요. 과이도 국회의장 측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날을 ‘반 마두로 봉기의 날’로 선포하고 행동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시위대가 마두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민주주의 파괴 외에, 경제 파탄에 대한 항의가 큽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극도의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돈 가치 하락으로, 유례없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요. 사회적 격차가 커져,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식량난에 시달리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이웃나라로 먹을 것을 찾아 떠나는 난민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경제난의 책임을 마두로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기름이 많이 나서, 한때 남미 최고 부자나라로 꼽혔는데요. 마두로 대통령이 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이 쏠렸습니다. 정부에 대한 항의가 고조되면서, 군인들이 나서기도 했는데요.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지난 21일, 정부 전복을 모의한 현역 장병 27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줄곧 마두로 정부에 비판적이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2일,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니콜라스 마두로는 독재자”라고 규정하고, “베네수엘라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아헨에서 회담을 갖고 새로운 우호협정에 서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아헨에서 회담을 갖고 새로운 우호협정에 서명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새로운 친선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친선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Brexit)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향후 유럽의 구도가 새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친선협정이라면 전에도 친선협정을 맺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1963년 1월 22일에, 양국 간 해묵은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친선협정을 맺은 바 있습니다. 흔히 '엘리제협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56년 만에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한 것입니다. 새로운 협정 조인식이 독일과 프랑스 국경 지역인 독일 서부 아헨에서 있어서 일부 언론은 새 협정을 '아헨협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 협정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네, 모두 16쪽 분량인데요. 양국 간 외교, 국방 정책, 경제 통합, 학술 교류 강화부터 포퓰리즘과 이민 등, 최근 유럽 사회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있어 양국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조인식에서, "포퓰리즘과 국가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에 대한 위협은 외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양국이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또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네, 새 협정에는 외교정책의 우선 현안으로 독일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모색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일원으로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에 포함됐는데요. 하지만 패전국인 독일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후 독일은 꾸준한 발전 속에 유럽의 지도국으로 부상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모색해왔습니다. 양국은 또 유럽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을 주도하는 두 나라가 새 협정을 체결하게 됐는데, 양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협정의 의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양국 정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안톤 호프라이터 대표는 그림만 그럴싸한 협력이라고 비판했고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의 유엔안보리 지위를 독일과 나누려는 음모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독일 정가에서는 프랑스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유럽연합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유럽 국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유럽 국가들은 썩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현안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두 나라가 유럽연합에서 권력을 휘두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독일과 프랑스가 작은 형태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결코 유럽 전체의 협력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에 간다고요?

기자) 네. 오는 11월에 일본을 방문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혔습니다. 23일, 파나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는데요. 기자들이 이라크 방문 계획도 물었습니다. 교황은 “가고 싶다”고 답했는데요. 하지만, 이라크 측에서 ‘지금은 아니다, 안전하지 않다’고 만류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 가는 목적은 뭔가요?

기자) 교황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요. 같은 날(23일) 일본 언론이 관련 일정을 소개했습니다. 2차대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고요. 2011년 대지진으로 방사능 오염 피해를 입은 지역도 찾아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가톨릭 행사 때문에 가는 건 아니군요?

기자) 네. 일본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기독교 신자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전체 인구가 약 1억3천만 명인 일본에서 가톨릭은 약 40만 명, 그러니까 0.3% 정도밖에 안 되는 걸로 파악되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 역사적 아픔이 남아있는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해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진행자) 교황이 일본 방문 계획을 발표한 장소가 파나마행 비행기인데, 파나마에는 왜 가는 건가요?

기자) 23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을 믿는 젊은이들이 모여 신앙을 다듬고, 사회문제 토의도 하는 행사인데요. 34회째인 이번 파나마 대회에는 115개국에서 15만여 명이 참가합니다. 교황은 27일 폐막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강론과 연설을 하고요. 청년들과 밤샘 기도도 할 예정이라고 미국의 ‘가톨릭뉴스서비스(CNS)’가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파나마, 가을에는 일본, 교황이 세계 곳곳을 많이 다니는군요?

기자) 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네 군데 굵직한 방문계획을 잡아놨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모로코, 불가리아, 마케도니아를 찾을 예정인데요.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두루 도는 겁니다. 또한 하반기에는 마다가스카르에 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섬나라입니다.

진행자)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지도 관심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통해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데요. 아직까지 교황의 방북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알프레드 수에레브 한국 주재 교황청 대사는 22일, "북한에서 정식 초청장이 도착하면 방북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리라 여겨진다"고 연합뉴스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교황이 이렇게 세계를 다니며 뭘 하는 겁니까?

기자) 교황은 세계 약 13억 신도가 있는 가톨릭교회 수장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효과가 큽니다. 신자들뿐 아니라, 대다수 시민은 교황이 어디에 가는지, 또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이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역대 어느 교황보다 국제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진행자) 어떤 현안에 목소리를 냈나요?

기자) 최근에는 난민 현안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는데요. 23일 파나마행 기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민자들에 대한 짜증과 공포가 “우리를 미치게 한다(making us crazy)”고 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특히 땅에 장벽을 세우려는 것도 모자라, 해안까지 장벽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은 “광기(madness)”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보안 정책을 환영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에도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요. 특히 장벽 건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2016년에는 멕시코를 방문해서 “다리를 만들지 않고 장벽을 쌓는 사람은 크리스천(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당시 장벽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비난한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당시 후보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종교지도자라면 어떤 사람의 신앙에 의문을 제기해선 안 된다”고 맞대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천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는데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4개월여 만인 2017년 5월에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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