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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사태, 북한 관련 일부 업무 차질…“미-북 대화 별 영향 없을 것”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린 지난 13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에 눈이 쌓여있다.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린 지난 13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에 눈이 쌓여있다.

미국 정부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일부 연방정부 업무가 정지되는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북한과 관련된 미 행정부의 일부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2차 정상회담 준비를 비롯한 미-북 대화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직 당국자의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북한 관련 업무의 부재가 두드러진 부처는 재무부입니다.

미국의 독자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셧다운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15일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와 관련된 단 1건의 제재만을 발표했을 뿐 그 외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해외자산통제실은 이틀에 1건 꼴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을 지정해 발표해 왔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제재 역시 매월 1회 이상 나왔지만, 지난 12월10일 이후 약 35일째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전까진 11월에 한 차례, 10월과 9월 각각 두 차례, 8월 세 차례 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등 지난 5개월 동안 제재 부과 간격이 한 달을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재무부 산하 부서인 금융범죄단속반(FinCEN)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금융범죄단속반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여러 차례 금융과 관련된 주의보를 내왔지만 셧다운 이후 북한과의 거래를 포함한 그 어떤 주의보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가장 최근 주의보는 지난해 10월31일에 나왔습니다.

셧다운의 여파를 감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미 정부 기관은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입니다.

미국 유엔 대표부는 지난해 북한 인권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미 대표부가 올해 1월에 회의 개최를 다시 시도한다고 보도했으며, 유엔 대표부 역시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관련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VOA는 유엔 대표부에 북한 인권관련 회의 소집에 대해 문의했지만, 대표부 관계자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긴급한 국가 안보 사안이나 재산상의 보호, 그리고 미국인 등에 대한 안전과 안보와 관련된 사안 외에는 언론 문의에 논평을 하거나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표부와 마찬가지로 미 행정부 내 다른 주요 부서들의 공보 활동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당장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셧다운 이후 단 한 번도 언론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3회씩 열린 이들 언론 브리핑에선 거의 매번 북한과 관련한 현안이 대변인의 입을 통해 거론됐었습니다.

그러나 언론 브리핑이 중단되면서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간이 기자회견이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또 언론들의 이메일 문의에 대해서도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은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처럼 ‘긴급한 국가 안보 등과 같은 사안 외에는 답변을 할 수 없다’거나 ‘논평을 거부한다’ 혹은 ‘다른 행정부처에 문의하라’ 등의 제한적인 대답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무부는 셧다운을 이유로 북한과 관련된 민간 전문가와의 만남까지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반도 전문가는 최근 VOA에 “지난주 국무부 고위 당국자와 만나 북한 문제를 놓고 대화할 예정이었으나 셧다운으로 인해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한반도와 관련된 미 행정부 내 일부 부처의 인력들이 자리를 비우는 등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러나 연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나 북한과 진행 중인 고위급 혹은 실무급 회담은 이번 셧다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 연방공무원 80만 명 중 38만 명이 임시 해고상태에 놓여 있으며, 나머지 42만 명은 필수 인력으로 구분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관리들은 필수 인력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셧다운으로 인해 2차 정상회담이 연기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You still have the professionals at the State...”

국무부 내 전문직원들은 임금은 못 받는 상태지만 여전히 일을 하고 있고, 일부 정부 주요 인사들에겐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과 대화를 하는 국무부 등 핵심 부처 외에 북한을 감시하는 정부 기관이나 재무부의 제재 관련 부서 등은 이번 셧다운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리스 전 실장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관련한 특정 업무들은 모든 부서가 완전히 동원돼야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을 비롯한 여러 국내 사안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손튼 전 차관보 대행] “He will have a hard time focusing...”

손튼 전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한 이후 전문적인 실무 협상이 진행되는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진행 상황을 계속 감독하되 개인적으로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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