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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관계 고비마다 등장하는 김정은의 '친서'..."북한 톱다운 방식 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3개월 만에 다시 친서를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은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이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는데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적어도 여섯 차례입니다.

첫 번째 친서가 전달된 시점은 지난해 6월 1일, 당시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연이은 비난 성명을 이유로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직후입니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릴 것이라고 확정했습니다. 친서가 위기에 처한 미-북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후 7월 6일 후속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폼페오 장관의 면담을 거부했지만, 대신 친서를 들려 보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멋진 글"이라며 이례적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친서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미-북 관계 개선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진전이 더딘 데 대한 일각의 회의론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 달 말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와 함께 세 번째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당신의 멋진 서한 역시 고맙다"면서 곧 보기를 고대한다고 언급하며,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당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지도자 간의 계속된 왕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와 미-북 공동성명에 따른 약속을 진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에는 최소 2통 이상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김 위원장은 9월 6일 판문점을 통해 4번째 친서를 보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이 없다며, 폼페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을 전격 취소한 지 10여 일 만입니다.

백악관은 북한이 친서를 통해 2차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샌더스 대변인] “Yes. The President has received the letter from KJU. It was a very warm and very positive letter. We won’t release the full letter unless the North Korean leader agrees that we should. The primary purpose of the letter was to request and look to schedule another meeting with the President, which we are open to and are already on the process of coordinating that.”

김 위원장은 9월 말 뉴욕 유엔총회 기간 리용호 외무상을 통해서도 다시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멋진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have very good relationship, He likes me, I like him, he wrote me the most beautiful letters, when I showed one of the letters to Prime Minister Abe, he said that it is a historical letter, and it’s very beautiful, piece of art.”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양복 안주머니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꺼내 들고 "역사적인 편지이며 예술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폼페오 장관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며,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석 달여 뒤인 최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다시 친서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서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just got a great letter from Kim Jong-un…they’ve never written letters like that. This letter is a great letter.”

편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3일 VOA에 “아첨하는 듯한 김 위원장의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워 주면서, 북한 지도자와 강력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재확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 호소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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