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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반 년, 만남 조차 순조롭지 못한 미-북 협상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 오늘(12일)로 반 년이 지났지만, 두 정상의 합의는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이 답보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6개월이 됐는데요. 공동성명의 합의가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65년 간 적대관계를 계속해 온 두 나라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습니다. 회담에서는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 노력, 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그리고 미군 전쟁포로와 전사자 유해 발굴과 송환 등 4개항의 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행된 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지난 7월27일, 북한이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한 것이 유일합니다.

진행자) 합의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인데, 진전이 없는 상태군요?

기자)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기를 일부 진행 중이고,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유예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핵심 관심사인 북한의 비핵화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행동을 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양측이 입장차를 조율하기 위한 접촉은 계속하고 있나요?

기자)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고, 실무회담도 두 차례 열렸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어도 세 건의 친서를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추가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진전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북한이 미국의 고위급 회담 제안을 두 차례 거부하는 등 현재는 대화 자체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는데요. 정작 정상회담 이후에는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태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약속한 조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4차 방북 직후인 10월8일, “조만간 국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9월19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에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또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 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동창리와 풍계리 사찰은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데 왜 실행되지 않고 있나요?

기자) 사찰단의 일정 등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8월23일 임명된 이후 아직 대화 상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계속되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방식과 북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대북 제재를 계속 추가하고 있는데요, 양측이 신뢰 구축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제재 문제 때문입니다. 북한은 폼페오 장관의 3차 방북 전까지는 종전 선언을 요구하다 벽에 부딪히자 지금은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제재 완화나 해제는 없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재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장기화 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양측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내용과 실행 시점 등을 자세히 담은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양측이 이런 로드맵에 합의하느냐 여부가 정상회담의 성과는 물론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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