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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 논의 무산, 미-북 대화 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듯


지난 9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비확산과 대북제재를 주제로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지난 9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비확산과 대북제재를 주제로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미국이 오늘(10일) 개최를 추진했던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가 무산된 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국제사회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미국이 적극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가 무산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요?

기자) 네. 미국은 지난 2014년 당시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사상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기로 결정하고, 표결을 통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는데요, 표결 결과 11개국이 찬성하고, 반대는 중국과 러시아 2개국뿐이었습니다. 미국은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안보리에서 표결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해 왔습니다.

진행자) 올해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우선 달라진 안보리의 이사국 구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10개 비상임 이사국들은 2년 마다 교체되는데, 마침 올해 북한 인권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나라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안보리의 이런 상황은 유엔총회에서 190여개 회원국 대부분이 북한인권 결의안을 지지해 표결 없이 합의로 의결하는 것과는 대비됩니다.

진행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까요?

기자) 그런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지난 6월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이 1년 넘게 핵실험 등 도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인권 논의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기류를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12월 안보리 의장국인 코트디부아르가 이번에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에 찬성하지 않았는데요, 아프리카는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안보리 회의 소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건 아닌가요?

기자) 그런 관측이 없지 않습니다. 미국은 지난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 이어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입니다. 이 때문에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지만, 우선적인 관심사는 비핵화라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과 인권 상황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유엔과 미국 등 개별 국가 정부, 비정부기구들이 발표하는 보고서들에 따르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실태는 전혀 개선의 조짐이 없이, 매우 암울합니다. 북한 정부는 자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정치적 모략’이라고 주장할 뿐, 유엔 등 국제기구의 방문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번에도 안보리 논의에 강하게 반대했지요?

기자) 북한은 자국에 인권 문제가 전혀 없다는 주장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김성 유엔주재 대사 이름으로 미국을 제외한 안보리 14개 이사국에 보낸 서한에서 안보리 회의 개최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 대사는 서한에서 "미국이 안보리 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온갖 비열하고 사악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안보리 논의는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고 대결을 부추기며 현 정세를 거스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4년 전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다루게 된 배경이 뭔가요?

기자) 북한의 인권 상황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유엔에서 가장 권한이 큰 안보리가 직접 나서 인권 개선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작용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1년에 걸친 광범위한 활동 끝에 발표한 보고서가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책임자들을 국제법정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에 줄곧 반대한 것으로 압니다.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관해 논의하는 기구이지 인권 문제 논의의 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두 나라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에도 매년 반대해 왔습니다. 특정 국가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건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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