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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미-한 ‘대북 제재 엇박자’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서울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지난 10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서울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시간입니다. 미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3박4일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외교부·통일부 장관을 모두 만났는데요. 비건 대표의 방한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서울을 방문한 미 국무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9일 외교부를 찾았습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세종로에 있는 정부청사를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만났습니다.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와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북 후속협상과 남북관계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비건 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미-한 양국이 한반도에서 지난 70년 간 이어진 전쟁과 적대를 종식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비건] “We have a shared goal here, which is to bring an end to 70 years of war and host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두 대통령이 그 같은 목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건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비건] “So I am absolutely confident that this is within the reach. I think our two presidents are singularly focused on this goal.”

이어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배석했습니다. 청와대는 이 면담이 미국측 요청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임종석 실장은 한국 정부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면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그리고 2차 북·미 회담 진행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 실장이 비건 대표에게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요청했다는 ‘한국 정부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튿날인 30일 비건 대표는 통일부를 방문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조명균 장관은 면담 시작에 앞서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보조를 맞추는 문제를 협의하게 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건 대표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 북한의 비핵화 등에서 함께 협력할 많은 사안이 있고 통일부와의 협력을 고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비건 대표는 다시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2시간 가량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관측통들은 비건 대표가 한국 정부와 대북 제재 공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건 대표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강인덕] ”비건 특별대표의 상대역은 청와대 정의용실장인데, 의외로 임종석과 청와대 상황실장을 만났거든요,아마도 비건 대표의 얘기는 우리와 보조를 같이하자는 것은, 빨리 가지 마라는 거죠.”

실제로 지난 한달 간 미-한 간에는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나왔습니다.

우선 지난 9월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 내용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자유 한국당 정진석 국회의원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주고받은 내용입니다.

[녹취]
정진석 / 한국당 의원 : (평양남북) 정상회담 직후에 폼페오 장관하고 전화하셨죠?
강경화 / 외교부 장관 : 그렇습니다.
정진석 / 한국당 의원 : 그렇습니다. 사전에 군사문제에 대해서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가 없었던 거에요. 거기에 대해서 강력한 불만을 폼페오가 강 장관에게 표시했어요. 맞죠? 맞습니까? 틀립니까?
강경화 / 외교부 장관 : 예 맞습니다.

또 9월에는 미 재무부가 한국 은행 7곳과 전화회의를 갖고 대북 제재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정부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Well,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미-한 양국의 호흡이 맞지 않는 사례로 남북 철도 연결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남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철도를 연결하기로 했고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해 한국 정부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29일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조명균] ”미국측과 저희가 부분적으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남북한의 사업을 반대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실제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가 큽니다.

끊어진 경의선이나 동해선 철도를 연결하려면 북한의 낡은 레일이나 침목을 교체해야 하고 그러려면 남측 자재와 중장비가 북측에 반입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모든 합작투자, 협력 사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 7항은 북한에 대한 철도용이나 궤도용 기관차, 차량과 이들의 부품 등 사실상 철도와 관련한 모든 부품과 자재 공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상업적인 공공 사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면제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이를 위해선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 정부의 대북 5.24 조치에 위배될 소지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3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자 한국은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는데 여기에는 대북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엇박자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두 나라 최고 지도자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행한 연설에서도 대북 제재가 풀리려면 먼저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aven’t take sanctions, I wanna take off sanction quickly but they rid of nukes…”

한국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에는 국제사회와 별도로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국이 국제적인 대북 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3차례 정상회담을 한 뒤 제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다소 후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핵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요즘 들어서 종전선언 보다는 제재를 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도 최근 원산의 갈마 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찾아 대북 제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는 적대세력이 우리 인민의 복리와 발전을 가로막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매달려 있지만…”

또 남북경협이 빨리 진행되지 않자 북한은 남측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당초 진행하기로 했던 예술단 서울 공연과 다른 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또 개성공단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나오지도 않고, 이런 북한의 행동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되겠다.”

이렇듯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자 미-한 양국은 이 문제를 담당할 공동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새 실무그룹이 외교와 비핵화 제재 이행, 그리고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팔라디노] “The two governments agreed on establishing a new working group that would further strengthen our closer coordination on a diplomacy, on a denuclearization efforts, on sanctions implementation and inter-Korean cooperation that comply with the UN’s sanctions.

미-한 실무그룹은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그리고 한국에서는 외무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주도하며 다른 부처 관계자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로운 실무그룹 출범을 계기로 미-한 양국이 다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와 정책 공조를 이뤄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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